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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금 5억원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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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금 5억원정」(사설)

입력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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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일들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온다. 나라살림을 2천여억원이나 축낸 「율곡비리」도 모자라 이번에는 전직 두 대통령의 「뭉칫돈 전별금」 이야기가 새로운 파동을 불러올 조짐이다.소위 「쿠데타적 사건」으로 집권했던 신군부의 전씨와 노씨 등 5·6공 대통령들이 재임시 수석비서관·장관 등 자신의 측근들에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의 엄청난 전별금들을 물쓰듯 「하사」했었다는게 바로 이런 파동의 진원이다.

이런 감춰졌던 내막은 감사원의 율곡비리 감사과정에서 거액수뢰 혐의자들의 자금추적 결과 꼬투리가 일부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알려진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이는 이 또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인정과 예의가 강조되어온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작별할 때 건네주는 작은 성의를 우리는 흔히 전별금으로 알아왔다. 그런 성의란 언제나 인정을 드러내는 징표로서의 한계를 넘지 않는다는게 상식이었다. 바로 그런 상식이 한때 나라를 다스리고 나라기강을 책임졌던 대통령들에 의해 오히려 무시되고 무너졌다니 이런 변고가 또 있을 것 같지 않다. 한계를 넘긴 그런 전별금이란 다름아닌 뇌물이며,「나눠먹기」인 것이다. 그것이 예산유용이나 범법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는 뻔한 악순환의 논리를 누구인들 모르겠는가. 그래서 지금 국민적 충격은 더욱 큰 것이다.

이번 율곡비리 감사결과는 그런 악순환의 개연성을 충분히 시사해준다 하겠다. 청와대 안보수석으로 율곡사업에 실세로 간여,1억4천만원 수뢰사실이 드러난 김종휘씨가 대통령으로부터 전별금을 수억원씩이나 받은 사실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하겠는가. 차세대 전투기의 최종 결정권자가 당시의 대통령이었고,갑작스런 기종변경을 포함한 율곡사업 집행과정에서 육군 총장 및 국방부장관으로 재임한 이종구씨의 뇌물수수 혐의중 상당액이 전별금 및 하사금이었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겠다.

전직 대통령들은 정해진 봉급과 예산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그런 눈먼 뭉칫돈을 과연 어디서 어떻게 조달했겠느냐는 「어리석은 의문」이 다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들끓는 여론에도 「통치행위」라며 감사에는 응하지 않는 것과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마저 나돌게 하고 있는 것이다.

율곡비리 과정에서 드러난 것 말고도 대통령들의 「뭉칫돈 전별금」이 이미 널리 알려져 왔었다. 전씨는 유달리 통이 커 수석·장관들에게 평균 3억원대의 거액 촌지나 전별금을 줬고,노씨도 핵심측근에게는 보통 1억원을 주고 뒤에 억대의 돈을 더 얹어 줬으며 김종휘수석에 대한 뭉칫돈은 「특별한 경우」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전직 대통령들의 뭉칫돈 전별금이나 촌지행태란 어찌보면 총체적 부정증후군을 낳았던 당시의 시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보다는 이해집단에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한 군사문화의 속성을 은연중 드러내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개혁과 청산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관련자들의 겸허한 해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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