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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극단/김성우(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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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극단/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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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국립을 제외한 공립극단이 있는 곳은 인천직할시(시립)와 경기도(도립)외에 전주,순천,경주,포항시(시립) 등 6군데가 모두다. 각 직할시에는 시립교향악단,합창단,무용단이 다 있으면서 시립극단은 인천 말고는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대서울이다. 산하에 8개의 각종 예술공연단체가 있지만 유독 극단이 빠졌다.이것이 창피하던 차에 서울시립극단이 새로 생긴다는 소식은 낭보였다. 서울시극의 논의는 지난 88년 전국연극인대회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대도시 서울에 산하극단이 없다는 것은 불명예라 하여 창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것을 서울시에 전달함으로써 표면화되었다. 그만큼 전연극인의 바람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당시 이상배 서울시장은 서울 정도 6백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시립극단을 창설한다는 용단을 내렸다. 새해 들면서 운영위가 구성되고 단장도 내정되었다. 극단운영은 세종문화회관 소속인 다른 예술단체와 달리 시장 직속으로 하여 극단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획기적인 약속도 받았다. 93년 2월 창단하여 6월에 첫 공연을 갖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는동안 정부가 바뀌고 새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가 늑장을 부려 창단일정은 차질이 생겼다. 조례가 4월에야 시의회에서 통과되고 6월들어 운영규칙이 마련되어 이 규칙의 공포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지난 7월1일 운영위가 자진 해산해버렸다. 그동안 시측의 미온적인 극단설립 추진이 불만이던 마당에 『시장 직속이라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시측이 시립극단을 세종문화회관 관장의 관할업무를 이행한다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고 이에 반발한 것이다. 그 근거로 운영위는 시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공문을 보내 시립극단 관장에 관한 행정책을 세우라고 했다는 사실을 든다. 이에 대해 시측은 운영위가 동의하여 공포절차를 밟고 있는 운영규칙에도 시립극단을 세종문화회관 관할하에 둔다는 조항은 없으며 다만 공간사용 등 세종문화회관의 협조를 받아야 할 사항만 내부 위임하겠다는 것이므로 시장직속이 아니라는 운영위의 주장은 오해라고 말한다.

아무리 정치적 환절기라고해도 시측이 5개월동안이나 미적거려온 무사주의와 문화의식의 결여에 연극인들은 감정이 폭발할만하다. 문화는 실컷 제쳐두었다가 별로 할 일 없을 때나 끄집어내 만지작거려도 괜찮은 것이 아니다. 밥은 더워야 하지만 죽은 식어도 상관없다. 문화는 죽이다,하는 지각없는 생각이 많은 관리들에게 있다. 이번 해산파동은 이 타성에 대한 분개요 경종이다.

행정과 예술의 톱니바퀴 사이는 윤활유가 마르기 쉽다. 연극인들이 서울시극의 시장직속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존의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관의 관여에 예술인들의 독자성을 잃어온 것이 폐단이었다. 서울시극은 관이 지원하는 예술의 관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모델케이스로서 기대가 컸다. 이 기대가 무너질 위험이 사실이었다면 연극인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리 격앙되었다 하더라도 운영위의 결정은 좀더 냉정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자진해산하기전에 시측에 분명한 해명을 요구했어야 했고 약속과 다른 기도가 있다면 시정을 촉구했어야 했고 이에 불응할 때 자폭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시측이 극구 부인한다는 것은 설령 당시에 그런 음모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장 바로 잡겠다는 의사표시다.

서울시극이 연극인들의 숙원이었던 것은 반드시 대서울의 체면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1백여개의 극단이 있지만 국공립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단원의 무급제다. 배우들은 어느 극단에 적만 두고는 아무 극단에나 자유로이 이동한다. 이 유동 연극인을 안정시키자면 큰 도시마다 시립극단이 생기는 것이 바람직하고 서울시극은 그 선도역할을 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 극단의 문제점은 연극의 왜소화다. 소극장이 늘어나면서 연극을 활성화는 시켰으나 「작은 연극」이 판을 치게 되었다. TV화면만한 연극들이 연극의 본류처럼 인식되어간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큰 무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극이 창단되면 어차피 전용극장이 생기게 되고 시극이 순회공연하게 될 각 구민회관은 연극공연장으로 개조되게 마련이다. 이 많은 무대들은 시극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극단의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극은 국립극단과 선의의 경쟁으로 「큰 연극」을 보여줄 수 있다.

서울시극은 창단되지 않으면 안된다. 당초의 방침대로 시장직속으로 창단되어야 한다. 그렇잖아도 행정 당사자들은 산하의 예술단체가 성가시다. 없을수록 편하다는 무책임한 인식에 연극인 스스로가 업혀서는 안된다. 서울시극의 좌절은 생기고 또 생겨야할 다른 시의 각종 산하 공연단체 창설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그런 빌미가 되어서도 안된다. 그것은 연극계뿐 아니라 모든 예술계의 손실이다.

서울시립극단은 서울시의 것이 아니라 연극계의 것이다. 앉아서 주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내던질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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