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여사 특별소개 “갈채”/김 대통령 “한미 군맹 40돌 매우 값진 투자”/이 의장등 “쌀시장 개방 곤란” 이해 요청○자신감 넘치는 어조
▷국회연설◁
클린턴 미 대통령은 하오 5시30분부터 30여분동안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가운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미국의 신아시아정책 등을 밝히는 연설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하오 5시27분께 이광로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의사당에 입장,기립박수를 보내는 여야 의원들과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연설대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이만섭 국회의장의 환영사를 들었다.
이 의장의 소개로 연설대앞에 선 클린턴 대통령은 시종 특유의 힘차고 자신감있는 어조로 간간이 손짓을 섞어가며 미국의 대아시아·대한반도 정책기조 등을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먼저 5년전 자신의 방한사실과 한국의 발전상을 찬양한뒤 『민주주의자인 김영삼대통령을 선출,민주주의를 공고히한 것보다 더 중요한 업적은 없다』고 새정부 출범을 높이 평가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제 냉전은 끝나고 심오한 변화가 한국과 세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 해결책으로 자신의 신태평양 공동체 건설구상을 밝혀 의원들의 박수를 받은뒤 태평양국가로서의 미국의 역할론을 전개했다.
그는 남북한의 비핵화 공동선언을 『세계의 어느 기존 협정보다도 잘된 것』이라며 북한의 핵문제 해결노력을 강력한 어조로 촉구했다.
그는 특히 『나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민주주의 꽃을 피게 한 김 대통령과 여러 의회 지도자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개혁작업도 찬양했다.
그는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의 황영조선수의 에너지와 지구력에 찬사를 보낸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바로 마라톤이며 우리 함께 그 경주에 나서자』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힐러리 여사와 미국측 수행원들은 연설대 오른편의 국무위원석에서 연설모습을 지켜봤다.
또 여야 농촌출신 의원 10명은 연설내내 클린턴 대통령을 향해 「쌀수입 개방반대」라고 씌어진 종이를 들고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예전 미 대통령들과 달리 프롬프터(영상자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이 의장은 환영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후 외국에서 처음으로 하는 의회 연설을 우리 국회에서 하게 된 것은 양국간의 특별한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 의장은 이어 힐러리 여사를 『지혜와 아름다움으로써 새시대의 영부인상을 보여줬다』고 특별히 소개했다. 힐러리 여사는 이 의장의 인사요청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의원들의 박수세례를 받았다.
▷정계 지도자 접견◁
○…이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 내외는 하오 4시57분께 승용차편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이만섭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기택대표 등과 환담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의장의 안내로 의사당 2층 국회의장 접견실에 도착,방명록에 서명하고 김종필 민자당 대표,이기택 민주당 대표,황낙주·허경만 국회 부의장 등 정계 지도자들과 인사를 교환하고 약 20분간 환담.
이 의장은 『우리 국회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내가 각하의 취임식에 갔었는데 그때 희망적이고 훌륭한 연설을 해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찬사.
클린턴 대통령은 시종 웃는 얼굴로 이 의장의 얘기를 경청한뒤 『미국에서는 1년도 안지나서 내 연설을 다 잊었는데 의장께서는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계신다』고 추켜세운뒤 『이곳에서는 태평양 공동체와 관련된 안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보도진을 물리친 가운데 계속된 요담에서 이 의장은 『쌀시장 개방문제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모든 측면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피력.
한편 이 민주 대표는 『야당이 환영을 해야 진정한 환영』이라고 인사를 건넨뒤 쌀수입 개방불가 입장을 밝히고 LA 폭동사태와 관련해 우리 교포들에 대한 사후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국우표책 선물로
▷힐러리 여사◁
클린턴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들간의 환담이 진행되는 동안 힐러리여사는 의사당 2층 외빈접견실에서 이 의장 부인 한윤복여사 등과 별도로 20여분간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승주 주미 대사 부인과 정재문 국회 외무통일위원장 부인 등이 배석했다.
하오 4시57분께 한 여사의 안내로 접견실에 들어선 힐러리 여사는 시종 미소띤 여유있는 표정으로 한국의 인상과 88년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당시 기억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한편 한 여사는 이날 이번 방한에 동행하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의 외동딸 첼시양을 위해 한국우표책을 선물로 마련,힐러리 여사에게 전달했다.
○“한반도는 냉전의 섬”
▷청와대 만찬◁
김영삼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 내외를 위해 이날 하오 8시 청와대 본관에서 베푼 공식만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10시까지 진행.
김 대통령과 부인 손명순여사는 본관 현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여사를 맞이한뒤 함께 리셉션장인 세종실에 입장,접견라인에서 참석자들을 접견.
이어 양국 정상 내외는 참석자들이 만찬장인 충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국빈실에서 칵테일을 함께 하며 15분여 환담한뒤 참석자들의 기립박수속에서 만찬장에 입장.
양국 정상 내외는 미국국가와 애국가 순으로 양국 국가가 연주되면서 축하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헤드테이블에 각각 참석.
김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클린턴 대통령 내외의 방한에 환영의 뜻을 거듭 표한뒤,『우리 두나라 국민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전환기에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켜 새 출발을 하고 있다』며 『각하의 이번 한국방문은 민주주의와 개방경제,그리고 지역평화를 함께 추구하는 우리 두나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
김 대통령은 『올해는 휴전협정으로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지 40년이 되는 해이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효율적인 군사동맹체제의 하나인 한미 상호 방위조약도 40돌을 맞았다』며 『미국의 대한 안보협력은 매우 값진 투자였음을 오늘의 발전된 한국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
김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를 「냉전의 섬」이라고 표현한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며 『북한은 더 늦기전에 핵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
○예정없던 통역요청
○…클린턴 대통령은 답사에서 우리나라의 민주발전을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하고 『대통령 각하께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기 쉽지 않을 때 용기있는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쳤다』며 김 대통령의 민주화 공적을 치하.
클린턴 대통령은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봄이 오고 있다고 말씀하셨고 나도 취임사에서 희망의 새봄이 들어섰다고 말했었다』며 김 대통령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한뒤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통일 그리고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건배를 하자』고 제의.
이날 양국 대통령의 만찬사와 답사는 당초 통역없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클린턴 대통령은 즉석에서 통역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답사시간이 길어지자 당초 배포했던 답사 내용중 상당부분을 생략.
행사가 다소 차질을 빚자 우리 외무부 의전관계자들은 미국측 의전담당자들에게 『왜 미리 클린턴 대통령에게 통역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하기도.
만찬을 마친뒤 김 대통령 내외는 팡파르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숙소로 향해 출발하는 클린턴 대통령 내외를 본관 현관에서 전송.
○…이날 만찬 참석자들은 새정부 출범후 간소해진 의전절차에 따라 연미복 대신 평복정상을 입었고 부인들은 한복차림이었으며,식사메뉴도 순수한 한국식에 따라 신선로를 곁들인 국과 밥이 주식으로 구절판,호박죽,잣죽,전 등이 후식으로 제공.<조명구·신효섭기자>조명구·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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