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의 침입과 영향이 잦고 컸던 우리의 과거사는 기구하다. 그만큼 「역사의 평가」는 곡절이 심했다. 친이냐 반이냐 하는 엄격한 양분론과 공과 과를 구분하려는 타협론이 엇갈리기도 한다. 역사를 평가하는 잣대가 일방적일 수만은 없다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어떻든 과거사는 달라지는 오늘의 눈으로 꾸준히 검증하고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2년 뒤엔 광복 50주년을 맞는다. 통일을 대비한 민족축제를 마련하는 뜻에,정부는 2만여명의 독립유공자를 새로 찾아내 포상할 방침이다. 그런가하면 보훈처는 이미 훈장과 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 8명에 대해 친일과 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 8명에 대해 친일혐의를 조사하고 있어 그 파장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서 서훈 당사자의 영욕은 물론 유족과 역사기록에 놀라운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독립유공자들의 친일논쟁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돌아보면 해방이후의 정치상황이 친일과 반일의 재단을 가로막고 혼돈에 빠뜨렸다. 건국초기 반민특위의 실패가 이러한 혼돈을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치관의 혼란도 여기서 한가닥 연유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의 권위가 사라지고 역사를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세를 보였다. 한편으로 친일행각에 대한 추적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기는 했으나 그것이 아직은 「역사의 평가」로 자리를 굳히지 못했음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는 보훈처가 독립유공자의 친일혐의를 조사한다는 뜻에는 긍정하면서도 먼저 「신중한 접근」 노력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친일혐의 여부는 이젠 역사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요즘 논의되는 5·16이나 12·12 같은 현실 밀착의 논쟁과는 성격이 다를줄 안다. 「쿠데타적인 사건」과 같이 정부나 정치권이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친일혐의 조사엔 관계전문가들의 의견과 기록이 존중될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친·반의 해명도 중요하나 공과 과에 대한 엄중한 검증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욱 경계할바는 지나친 감정론의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평가는 잣대가 엄중하고 근거가 확실해야한다. 개인의 명예와 더불어 우리 역사의 명예가 달렸기 때문이다. 먹칠을 하기는 쉬워도 닦아내기는 어렵다.
역사는 반드시 바르게 써야한다. 친일인사가 독립유공자의 반열에 있다면 무서운 배신이다. 배신의 역사는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역사의 심판은 관이 주도하기보다 민이 이끌어감이 당연하다. 다각적인 접근방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자랑스런 선대를 가려냄은 후대의 엄숙한 사명이기도 하다. 친일논쟁은 시끄러워도 좋다. 그래서 옥석을 가려내는게 바로 역사의 심판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세대의 사명이 막중함을 자각하게 된다. 역사는 만들고 쓰여지는 심판의 기록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