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중국정치를 관측하는 분석의 「틀」은 보혁대립의 구도였다. 70년대말 문혁파를 몰아낸 직후만 해도 정책차이에 그쳤던 양자간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격렬해졌다.87년 호요방 실각,89년 천안문사태와 조자양 등 개혁진영의 대대적 몰락,91년초 등소평 남순강화 이후의 극적인 반전 등은 문혁·반문혁싸움에 못지않은 처절한 「제로섬게임」이었다.
50대의 「젊은」 인민은행장 이귀선의 돌연한 해임에서 보듯 「이념」으로의 보수는 이제 회생불능 상태다.
그렇다면 「보혁」으로 가르는 분석의 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이런 의문은 경제과열을 진정시킬 책무를 맡게된 이른바 개혁파 지도자들의 발언이 보수파의 반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방의 불복종을 경고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증폭된다.
정치국 상무위원 호금수 『지방당국은 중앙이 제출한 각 항의 거시적 조정정책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각 지역은 중앙과 국무원의 귄위를 유지하고 수호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인민일보는 『사회주의시장 경제하에서는 중앙의 거시적 통제와 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견해를 갖고있는 이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보혁대립의 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지방과 중앙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분석의 틀이 앞으로 중국의 정치경제 현상을 살피는데 보다 유효할 것이라는 주장은 요즘들어 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인민은행장까지 겸임,명실상부한 경제총설계사의 자리에 오른 주용기가 과열경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개혁개방 이후 다른 지역과는 이질적으로 돌출,시장경제화의 길을 가장 먼저 달려가는 광동성을 어떻게 중앙통제하에 끌어들이느냐에 달렸다.
광동성은 중앙정부의 의사를 거부하고 버틸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이미 갖춰 문제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공산화이후 중국의 정치사는 하나의 갈등이 종식되면 또 다른 갈등이 표출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홍(이념중시)과 전(전문기술 중시),그리고 전에서 보혁으로의 분열이 이를 입증한다.
개혁의 승리가 분명해진 이제 중국은 중앙과 지방의 대립이라는 새로운 갈등의 구조가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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