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 한국주도권 인정/세계정치 리더십 과시 목적도워싱턴은 거의 빈집같다. 백악관의 주인이 우선 출타중인데다 미국의 국내외 정책집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부서들인 국무부와 재무부의 장관들이 또한 자리를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실시하던 백악관과 국무부의 일일브리핑도 없고 백악관의 경비조차도 느슨해져 워싱턴은 갑자기 정치가 실종된채 관광도시로서의 구실만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워싱턴을 빈집으로 인식하면 할수록 클린턴이 집권 5개월만에 처음 갖는 이번 아시아여행의 결과를 보는 미국여론은 그만큼 날카로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클린턴은 이번 아시아 순방외교에 적어도 3가지 정치승부를 걸고 있다. 첫째는 세계정치에 있어서 미국의 리더십 발휘이다. 클린턴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선진 7개국(G7)의 집중적 지원여부에 이 문제를 걸었었다. 미국이 세계정치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 지원을 강화해야 할 입장에 있었다. G7이 30억달러의 러시아 지원을 결의함으로써 이 문제는 이미 클린턴의 바람을 대체로 만족시키고 있다.
둘째는 경제문제이다. 이것은 일본과의 무역적자를 마찰없이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셋째는 북한 핵문제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서울방문동안 북한 핵문제에 대해 단호한 강경책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대외강경책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23발의 미사일을 퍼부은 것이나 방한중 판문점 방문하는 것 등은 그런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7월3일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 기도에 「아주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경고한바 있다.
이런 명백한 외교목적이 있는 클린턴의 첫 해외여행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워싱턴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의 특별회견을 비롯,최근의 회견을 조심스럽게 분석해보면 한미 외교가 순조롭게 풀려갈 수 있는 틀이 어느정도 잡혀가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방문이 클린턴 외교가 추구하고 있는 세계정치 리더십,경제협력,북한 핵문제에 관한 강경책 등에 보탬이 돼줘야하고,대신 한국은 한반도 문제해결에 있어서 한국의 주도권 확인,한미간의 과학기술협력 증진 등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 6월의 뉴욕 미북한 회담이 있기전까지 줄곧 한반도문제의 한국주도를 부추겨왔고 이를 충분히 인정해왔었다. 크리스토퍼 장관이나 윈스턴 로드 국무차관보는 뉴욕의 미북한 회담은 미국보다 한국정부가 더 강력히 희망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고 이제와서 한국이 뉴욕회담의 성과가 어떻다느니하는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한국은 외교 관계자들이 즐겨쓰는 「새로운 발상」인 그 양궤도정책(Two Track Policy)에 의해 거의 강제적으로 미국의 손에 떠맡겼던 북한 핵문제 해결에 좀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 문제해결의 지원세력으로 남아야지 해결세력으로 등장하면 일을 그르칠 위험이 커진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한반도분쟁 재연을 재촉하는 길이 될 가능성이 더 짙은 것이다.
미국은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미북한간 제네바회담이 「생산적인 한」에서만 계속될 것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한국은 이번 클린턴의 방한을 통해 제네바회담의 진행과정에서 이 회담이 과연 「생산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약속받아야 한다. 또다른 분야인 과학기술협력의 문제는 크리스토퍼 장관이 한국일보와의 회견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과학기술협력은 「확고하고도 적극적일 것」이라는 말을 거듭한 것으로 보아 이번 방한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번 회담이 이런 주고받기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그것은 클린턴 정부나 김영삼정부에 다같이 큰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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