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중 친일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재심사하겠다고 8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혔다. 그중에는 이갑성(3·1운동 민족대표 33인중 한분) 이은상(시인) 서춘(매일신보 주필 역임) 이종욱(조계종 종무총장 역임) 전협(일진회 평의장 역임) 김성수(동아일보 설립자)씨 등 작고한 분들과 생존한 윤치영 전 공화당 의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그들이 재심사를 받게 된다고 해서 곧장 그들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훈처도 『그들이 독립운동을 한 공적은 이미 각종 자료를 통해 뒷받침되었으나,친일행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당시 친일단체에서 지도층 인사들의 이름을 본인 동의없이 이용했다는 설도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훈처는 앞으로 학계와 친일관계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독립유공자 재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몇몇 독립유공자들에 대해 듣기 민망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떠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누구는 일경의 밀정노릇을 했고,누구는 중국에서 아편장사로 돈을 벌었고,누구는 권력에 줄을 대어 미미한 공적으로 유공자가 되었다는 등 온갖 소문이 많았다. 3·1절이나 광복절 기념식에서 독립선언서를 읽고,표창을 받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이런 험담이 나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독립유공자 재심소식에 접하며 나는 자신의 아버지가 「밀정」이 아니라고 한평생 외쳐온 김정옥선생님 생각이 났다. 북경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하던 그의 아버지 김달하씨는 1927년 밀정으로 몰려 의열단에 살해되었고,그때 14살이던 어린 딸은 아버지의 문집을 안고 「밀정의 딸」로 귀국했다. 후에 이대 교수가 된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밀정이었던,또는 밀정이 아니었던 증거를 찾으려고 독립운동 사료를 샅샅이 뒤지며 한평생을 보냈다.
『내 아버지가 밀정이었다는 어떤 증거가 나온다면 나는 승복하겠다. 그러나 내가 아는 아버지는 밀정일 수가 없다. 아버지는 나라 사랑하는 삶을 솔선수범하셨다. 아버지의 문집들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한평생 애태웠으나 한을 풀지 못했고,아버지의 65주기에 아버지의 한시들을 묶어 출판하면서 『이 작은 책으로 위로 받으소서』라고 썼다.
이제와서 우리가 누구의 친일혐의나 밀정혐의를 풀고 옥석을 가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의무다. 친일도 하고 반일도 하며 살았던 사람들을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명백한 친일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독립운동가의 표상으로 추앙받는 역사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친일경력이 있다해도 독립운동에 공을 세운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공을 인정해야 하지만,그들 또한 자신의 과거에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
이 문제는 공이 크냐,과가 크냐의 문제가 아니다. 독립운동가로 추앙된다는 것은 역사앞에 한점 부끄러움 없이 서는 것이다. 독립유공자 재심과정에서 혹시 자격을 잃게 될 당사자나 후손들은 공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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