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확인”“통치행위” 사이 고민/감사원/“잘못된 정치적 선례 우려”/청와대/“의혹해소에 도움될 수도”/감사원율곡사업 감사와 관련,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감사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정을 둘러싼 마찰로 비칠 것을 우려,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청와대는 조사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고 감사원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자세를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통치행위를 가지고 전직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치적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지만 감사원측은 「성역없는 사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분위기.
이회창 감사원장이 청와대측 「사정조율」에 대해 얼마전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등 사정에 대한 견해차이를 노정시킨바 있는 청와대와 감사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다.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여부는 전적으로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속마음으로는 조사불가를 생각하면서도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의지나 이 감사원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이 문제를 개입치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관들은 사적으로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감사원 조사는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전직 대통령을 비호해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도 「공무원 또는 정부투자기관 종사자」만을 감사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인인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데 의문이 따르고 또 「대통령의 주요정책 결정은 감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감사원 내규도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떤 식이든 조사를 할 것이란 얘기는 지난달말까지만하더라도 감사원 주변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성역없는 감사=노 전 대통령 조사불가피」란 감사원의 분위기는 이달들어 「조사여부 자체가 미정」으로 급변했다.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의 조사여부를 놓고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청와대 등 주변의 반대입장 때문만은 아닌듯 하다.
감사원은 그보다는 전직 대통령을 조사했을 경우 파급될 여론흐름과 정치적 파장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당초 청와대 주변에서 『권영해 국방장관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며 신중론을 제기했음에도 지난 6일 전격적으로 권 장관을 방문조사한데서도 간접적으로 유출할 수 있다.
때문에 감사원과 이회창원장은 전직 대통령 조사가 율곡사업 특감에서 필수조건인지,조사를 했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고심하고 있다.
감사원은 통치행위가 감사대상인가하는 갑론을박속에 노 전 대통령 조사를 강행했다가 별다른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야당 및 재야 세력들이 펼칠 전혀 다른 차원의 비판과 공세도 예단키 힘든 부분이다.
이련 배경속에 감사원 내부에선 율곡사업의 최종 결재권자가 대통령이며 노 전 대통령이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을 직접 지시했는지를 확인해야 되고 아직 미해결된 부분이 있는 만큼 어떤 형식이든 조사해야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조사강행론을 펴는 인사들은 국민의 기대치로 볼때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감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소환조사를 받은 전 현직 국방관계자들이 전후과정이 불분명한 무기도입과정을 해명하면서 상당부분 노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귀결하고 있는 만큼 사실확인 차원에서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조사가 오히려 그에게 쏠려있는 터무니없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한편 이회창원장은 7일 상오 청와대를 방문,김영삼대통령과 독대,전직 대통령 조사문제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감사원은 권 장관에 대해 성역없는 감사와 현직 장관에 대한 예우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문조사를 했듯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원칙을 적용,서면질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동국기자>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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