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의 동생 덕일씨(44)로부터 세무조사 완화청탁과 함께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철언피고인(52)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사건 첫 공판이 6일 서울형사지법 9단독 김희태판사 심리로 열려 검찰측 직접신문과 변호인 반대신문을 마쳤다.김동길 국민당 대표 등 4백여명의 방청객이 가득 메운채 열린 공판에서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검사와 곽동헌변호사 등 변호인 5명은 박 피고인이 6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 피고인은 홍 검사의 직접신문에서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핵심내용을 부인하고 90년 10월 홍모씨(43·여)집에서 덕일씨를 만난 이후 단 한차례도 접촉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날 홍 검사는 『덕일씨는 5억원을 주면서 「사조직관리에 보태쓰시고 세무사찰을 벌이는 청와대의 오해를 풀어달라. 혹시 문제수표도 있을 수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며 수사단계에서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거론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각본수사」의 결과라고 규정한 뒤 『덕일씨가 돈을 주는 것을 본 홍씨는 잠깐동안 보았는데도 007가방에 돈이 든 것이 새 수표가 아닌 헌수표라고 정확히 진술했다』며 홍씨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측은 또 박 피고인이 5억원을 받은후 1억원을 서울 하얏트호텔 사우나 탈의실에서 더 받았다는 혐의사실에 대해서는 『사우나 탈의실은 공개된 장소인데 1억원이라는 거금을 전달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검찰측의 논리는 상식이하』 『각본을 쓰다보니 자충수를 두어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보충신문에서 박 의원은 『사건이 마무리된 뒤 정치를 재개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적이 감옥에 가야하는 현실정치에 비애와 환멸을 느끼지만 정치를 그만둘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박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서 4백여명이 전세버스 8대를 타고 상경해 방청석을 메웠으며 김동길 정주일의원 등 국민당원과 박 피고인의 부인 현경자씨(47)도 공판을 지켜봤다.
한편 정덕진피고인(서울 희전관광호텔 대표)에 대한 첫공판은 이날 상오 서울형사지법 합의21부(재판장 곽동효 부장판사) 심리로 열려 검찰측 직접신문이 진행됐다.
정 피고인은 89년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45)에게 2억8천만원을 지원한 혐의에 대해 『김씨가 광주 신양파크호텔 슬롯머신 업소를 인수한다고 해 돈을 빌려준 것이지 폭력조직을 비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하고 26억여원 세금포탈 혐의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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