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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파동 재연막자” 고육지책/사법부 개혁안 확정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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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파동 재연막자” 고육지책/사법부 개혁안 확정 안팎

입력
199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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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중견법관 “긍정적 조치” 환영/재야요구는 “사법권 침해” 한목소리/변협,「정치판사 퇴진」 요구 폭싸고 한때 진통소장법관들의 개혁요구로 출발,재야 법조계의 「사법부 물갈이」 주장에까지 이르렀던 사법부 개혁논란은 5일 대법원이 소장법관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개혁안을 내놓음으로써 일단 극한 대립의 고비는 넘길 것으로 평가된다.

▲법관인사위원회 확대개편 ▲법관회의 운영 민주화 ▲재야 법조계를 포함한 사법제도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이 개혁안은 대법원측의 설명대로 『입법사항이 아닌 한도내에서는 대법원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망라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점에 대해 중견법관들은 물론,소장법관들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재야 법족계의 대법원 수뇌부 개편 및 이른바 「정치판사」 퇴진요구로 흔들렸던 사법부는 일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협이 현 대법원 수뇌진을 그냥 두고서는 사법부 개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시 퇴진을 요구하고 나옴으로써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공산도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인 개혁무드를 업은 변협의 「대법원 수뇌부 개편」 요구에는 변호사 등 재야인사의 대거 영입을 바라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데다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성격도 있어 법조계 전체의 공감을 얻지는 못한 상태다. 당초 법원 내부의 개혁요구로 시작된 사법부 개혁논란이 「재조」와 「재야」의 갈등으로 비화 또는 변질된 것으로 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상당수의 소장법관들을 포함한 일반 법관들이 재야측의 「물갈이」 주장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재야측의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이날 개혁안 발표에서 『여론이나 주관적 기준에 의한 「인적개혁」에는 반대하며,법규와 제도정비를 통한 개혁에는 결코 소극적일 수 없다』고 사법부 수뇌부의 「결단」을 천명했다.

▷대법원◁

○…5일 대법원이 대법관 회의를 거쳐 확정·발표한 사법부 개혁방안은 우선 사법부 개혁에 대한 입장표명을 계속 연기할 경우 이번 사태가 「제3의 사법파동」으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다는 현 수뇌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김덕주 대법원장을 비롯한 현 수뇌부는 변협과 민변 등 재야 법조계의 사법부 개편요구에 대해 가장 당혹감을 느껴 이미 지난 주말부터 국면전환을 위한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당초 「정치판사」 퇴진 등 재야 법조계의 사법부 개편요구가 김 대법원장 체제의 물갈이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판단,「사법권 침해」를 반박논리로 내세우며 지지여론을 확산시키는 한편 일선 판사들의 개혁요구를 수렴,제도화하는 작업을 서둘렀다.

대법원이 재야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를 포함시킨 사법제도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법관회의 상설화 등 단기적 처방뿐 아니라 법관직급 구조 및 법관 임용제도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도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마련하겠다는 수뇌부의 의중을 함께 엿보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대법관 회의가 끝난후 대법원 관계자들은 『이제 더이상 나올 얘기는 없다』며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의 개혁요구 건의서에서 시작된 사법부 개혁파문이 조만간 일단락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했다.

▷중견판사◁

○…대다수 중견판사들은 대법원이 확정한 사법부 개혁내용에 대해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법부 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의미가 있다』며 일단 환영했다.

중견판사들은 개혁작업이 시급하다는 원칙론에 동의하면서도 현 수뇌부를 퇴진시켜 사법부를 개편해야 한다는 재야 법조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법권 침해」라는 대법원의 입장을 지지했다.

▷소장판사◁

○…대법원의 제도개혁안이 발표된뒤 서울민사지법의 한 단독 판사는 『대법원 개혁안에서 소장판사들의 개혁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려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각 위원회의 활동추이를 지켜본뒤 대법원의 개혁의지에 대한 최종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성급한 판단을 유보했다.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와 배석판사들은 이날 상오 각자 회의를 갖고 대한변협의 대법원 개편요구와 일부 판사들의 퇴진요구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단독·배석판사 회의에서는 『변협의 요구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지만 『법원 수뇌부가 이미 공식입장을 천명한데다 일선 판사들의 집단항의가 재조와 재야의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공식입장 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변협◁

○…정치판사 퇴진 등 사법부 개혁에 대해 강도높은 주장을 폈던 대한변협(회장 이세중)은 이날 낮 12시 상임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는 등 사법부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중견판사들이 소장판사들의 주장은 물론 변협의 변협의 주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하자 사법부 파문이 자칫 재조와 재야의 대결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한듯 회의 결과의 공식발표를 두차례나 늦추기도 했다.

변협은 이날 하오 1시께 대법관 회의에서 나온 사법부 개혁안 및 중견판사들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하오 2시와 4시30분으로 발표시점을 늦춰 내부진통이 있음을 암시했다.

결국 변협은 장시간의 논의끝에 대법원장과 법원 행정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변호사는 『변협이 정치판사의 퇴진과 무소신 판결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법원이 정치판사 퇴진문제로 변협의 입장을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협의 요구는 사법권 독립을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 사태가 법조계 내부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본뜻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민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대표간사 홍성우)도 5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상임간사회의를 열고 대법관 회의에서 결정된 사법부 개혁안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했으나 회의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등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날 회의는 서울민사지법 소장판사들의 사법부 과거 반성촉구 건의문을 지지한 당시와는 사뭇 다르게 기자들의 접근을 봉쇄한채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변호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회의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의견을 보았다』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또 상임간사들도 기자들의 접근을 회피했다.<장현규·정희경·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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