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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기의 괴로움/박찬식(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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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기의 괴로움/박찬식(화요칼럼)

입력
199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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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당한 실연으로 당신 가슴은 터질듯 하죠 시한폭탄 같은 분노를 안고 당신은 자동차 문을 열었어요 운전대에 앉아 앞을 바라보니 두눈에 눈물이 고여옵니다 시야는 와이퍼가 고장났던 우기의 창처럼 흐릿해졌네요 울면서 운전하지 마세요 눈물은 신호등을 구별하지 못하게 할거구요 일방통행 표지를 보지 할 거예요 보세요 안전선을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군요 조심하세요 자동차는 난간을 깨부수며 쾅,고가도로 아래로 떨어지고 잃어버린 별의 높이로 솟구칩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어요 운전할 때는 울지 말랬죠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라앉히랬죠 운전대에선 평온한 가져야 된됐죠> (장정일·「젊은 운전자에게」 전문)작년 한해동안 발생한 자동차 교통사고 25만7천건 가운데 이 시속의 운전자와 같은 차량 단독사고는 전체의 3.6%인 1만건 정도인 것으로 경찰은 집계하고 있다. 전주나 표지판을 들이받은 경우,남의 집 담을 들이 받은 경우,다리 난간을 부수고 강물에 떨어진 경우,주차해놓은 차를 달리는 것인 줄 잘못 알고 들이받은 경우,잘 달리다가 혼자서 뒤집어져 사고를 낸 경우… 가지각색이다.

지난 6월 정보문화의 달에 정부로부터 정보문화대상을 받은 고원석씨(45·전북 정읍)도 이런 단독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이다. 그는 13년전 겨울 수확한 쌀을 화물트럭에 싣고 서울에다 판후 돌아오다가 천안부근에서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 난간을 들이받은 사고로 목뼈를 다쳐 전신마비가 됐다. 절망에 빠졌던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혔다. 불편하지만 조금 움직일 수 있는 한쪽 손과 입에 문 대젓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농사정보를 이웃에게 공급해주는 일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사고의 대부분은 단독사고보다는 사람을 치거나(47.8%) 자동차끼리 부딪쳐 일어난다(48.6%).

운전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차량 자체의 구조적 결함때문에 사고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비디오가게에 나와 있는 진 해크먼 주연의 「클래스 액션」(집단소송)이 그런 영화다. 미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이 자동차의 전기회로 설계가 잘못돼 폭발사고가 잇달아 일어난다. 희생자가 1백명을 넘는데도 회사측은 이미 만들어낸 자동차를 수리하는 비용보다 피해자들과의 소송비용이 적게 든다는 계산 때문에 차체 결함 사실을 은폐한다. 이 자동차회사의 음모를 한 변호사가 피해자 집단소송을 맡아 밝혀낸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

영화속의 얘기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 이용자보호단체인 차량안전센터는 GM사가 생산한 트럭이 사고가 날 때마다 화재를 일으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이 트럭의 연료탱크가 외부에 노출돼 있어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난 20년동안 이를 은폐해 인명피해를 늘려왔다는 것이다. 국내 트럭들도 대부분 연료탱크가 밖에 노출돼 있다.

이런 저런 교통사고로 지난 10년동안 죽은 사람이 9만8천여명,다친 사람이 약 2백50만명이나 된다. 전국평균 4가구중 한집 이상이 교통사고로 다친 경험을 갖거나 장애인이 돼있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교통사고 희생자의 60% 이상이 20대에서 40대 한창 활동할 나이의 청장년이지만 사고후 충분한 치료나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보험업계의 통계를 보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이 1백만대가 넘는다(한국일보 석간 5월31일자). 자가용승용차 5대중 1대가 「무보험 차량」인 것이다. 책임의식이 부족하고 보험료 부담능력이 없는 젊은 운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에서 쓸만한 사람들이 모두 장애인이 되고 말지 모른다.

시내 교통이 혼잡하고 사고가 잦은 것은 그 가장 큰 원인이 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불편한데 있다.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에 버스정류장마다 이리 뛰고 저리 밀리며 허둥대는 시민의 모습이나,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의 횡포는 정부가 수립되고 45년이 되는 날이 내일 모레인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버스만이라도 정해진 시각에 넉넉하게 운행된다면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자가용을 몰고 다닐 사람은 당장에 훨씬 줄어들 것이다.

시민이 정말 간절하게 바라는 개혁은 시민생활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이다.<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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