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입지약화로 발언권 제한/UR등 의제 해결안 제시 힘들듯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선진 7개국(G7) 정상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7일부터 동경에서 만나 지구촌을 주요관심사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전세계 정책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온 G7 정상회담이 동경회담을 앞두고 영향력과 신뢰도면에서 형편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7개국 정상들은 지난 역대 회담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날인 9일 정상회담을 결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G7 공동성명은 회원국간의 정책협조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세계 최대 강대국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기로 합의한 이상 나머지 세계는 그쪽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성명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G7 회담의 합의사항이 어느정도 실천에 옮겨졌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가장 적절한 예로 우루과이라운드(UR)를 들 수 있다.
G7 정상들은 지난 90년부터 3년동안 UR의 연내타결을 경제선언의 핵심으로 꼽았지만 아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의 뮌헨회담에서도 단기금리 인하 등 성장중시의 경제정책을 펴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의장국인 독일이 회담종료후 8일만에 회담방침에 역행하는 금리인상조치를 취해 합의사항을 무색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도 그나마 동경회담 전망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이번 회담은 「가장 영향력있는 국가들의 가장 영향력없는 정상들의 만남」으로 비유되고 있을 정도다.
회담 참가자는 의장국인 일본의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를 비롯,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의 국가수반과 유럽공동체(EC) 대표들이다. 이 가운데 G7 회담에 처음 참석하는 사람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킴 캠벨 캐나다 총리,카를로 참피 이탈리아 총리 등 세정상들이다. 여기에다 자크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의 와병으로 부위원장들이 참석,회담참석자의 과반수가 초면이다.
특히 의장인 미야자와 총리의 경우,7·18 총선이 끝나면 정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 그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나머지 정상들도 국내 입지를 살펴보면 그와 크게 다를바 없다.
소련의 붕괴로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현재 최악의 인기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취임 4개월 기준으로 갤럽 여론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하의 지지율인 36%를 기록하고 있다.
그에 대한 각국의 신뢰도 역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유고 내전에 대한 클린턴의 미적지근한 대처방식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고 아랍권은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과 같은 「이중잣대」의 국제정치 운영방식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본과 아시아권도 미국의 유례없는 시장개방 압력에 불안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지도자다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메이저 총리는 보수당의 인기하락으로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메이저의 최근 지지도는 20세기 최장수 총리였던 전임 대처의 사임을 몰고온,90년 가을의 지지율인 23%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검은 돈이 정치헌금 형태로 집권 보수당에 흘러들어갔다는 정치자금 스캔들은 메이저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동경회담 참석이 13번째이지만 그의 국내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 지난 3월의 총선거에서 사회당은 대참패를 당해 국회나 내각에서 발언권을 잃었다. 발라뒤르 총리 내각이 국내 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만큼 미테랑이 정상회담에서 내세울 수 있는 발언권은 제한되어 있다.
인기가 없기는 독일의 콜 총리도 마찬가지다. 독일 통일의 영웅인 그는 흡수통일의 부담으로 경제성장이 근 3년째 정지하는 등 정치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 콜 총리는 특히 국내적으로는 극우세력의 준동과 동서독의 경제적격차,외적으로는 인근 국가들의 금리인하 등 정책변경요구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정상회담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캠벨 총리와 참피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익히는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이번 G7 회담의 특이한 분위기는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국내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이지만 결국은 세계 주요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제시보다는 국가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한다. 회담 시작전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 연장문제나 UR,일본의 무역흑자 축소방안 등 주요 의제를 둘러싸고 국가이기주의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동경회담의 성가를 떨어뜨리는 또다른 요인은 이들 주요의제가 지난 회담때 이미 거론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의제 자체가 신선하지 않은데 좋은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메이저 총리는 뮌헨회담후 각국 정상에게 정상회담의 격년제 개최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동경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도 G7은 세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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