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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전력」 공방 낯 뜨겁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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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전력」 공방 낯 뜨겁다(사설)

입력
199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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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가 개회되자마자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구태의연한 추태를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혁 국회에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국회 본회의 발언에서 민주당의 이부영의원이 김종필 민자당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제2의 이원용」 등 극한용어까지 동원,원색적으로 비난화한 것은 분명히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이에 대응해서 민자당의 황명수 사무총장이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를 겨냥해 「한방에 날릴 수 있다」면서 「3당통합을 안했으면 나라가 망할뻔했다고 청와대에서 앞드려 절한 사람」이라고 맞받아친 것도 표현이 저열할 뿐만 아니란 점잖치 못한 짓이다.

어쩌면 여야의 수준이 이처럼 똑같이 낮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원이 국회에서의 공식발언을 통해 여당대표의 전력을 들춰 물러가라고 한 것 자체부터 잘 한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같은 인신공격은 여야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관계를 악화시켜 결국은 정치의 질적저하이외에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기대가 남다른 새시대 정치인의 입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도 다소 뜻밖이다.

김 대표의 퇴진을 놓고 볼때 그런 발언은 실질적인 효과면에서도 부정적이다. 김 대표자신이 떠나고 싶어도,또는 민자당이 대표를 바꾸고 싶다고 해도 야당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는 결과가 되는 일을 김 대표 자신이나 당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자당에 흠집을 내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인신공격이란 방법이 온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민주당이 이익보다 손해를 더 보았는지 모른다.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야당이라면 보다 신선한 접근방법으로 정치의 선진화에 민주화를 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식으로 여당에 싸움을 거는 야당은 새시대의 야당이 아니다.

김 대표의 퇴진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문제제기도 방법은 좋지않았지만 일리가 있다. 민자당의 개혁의지가 지닌 한계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자당은 실수하는 야당에 맞서 똑같이 인신공격에 나섬으로써 실수하는 여당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보다 점잖게 대처하거나 차라리 아무말도 안하고 넘어갔더라면 여당다운 무게를 지닐수 있었을 것이다.

민자당은 국정을 책임지며 이끌고 있는 집권 여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또 개혁의 견인차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울러 명심해야 한다.

이번 국회의 한심한 작태를 보면서 우리의 여야 정치인들은 언제쯤 가야 수준급의 행태를 선보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정치인들이 과연 개혁이라는 과업을 이끌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워진다.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권위주의 시절의 정치불신 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절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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