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냉전 해소에 따라 미국 러시아 등에선 군수산업의 축소 또는 민수산업으로의 전환이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군비 확장경쟁에 비하면 더할 수 없이 다행한 일이지만 군수산업의 전환에도 생각지 않던 어려움들이 뒤따른다. 탱크 만들던 공장이 비슷한 공정으로 트랙터를 만들면 쉽게 민수전환이 될듯 하지만 기술문제,실용성문제가 뒤따른다. ◆러시아에선 90년 하반기부터 그런 전환을 본격화하여 탱크,미사일 발사대 제작공장 등이 트랙터나 크레인 등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8백마력이나 되는 엔진을 달고 40톤이 넘는 자체 중량으로 흙을 마구 휘저어 놓는 트랙터가 유용할 수 없었다. 해군용 함정이나 공군용 수송기가 시교품 등 민수물자를 운송하는데에도 경제성 문제가 뒤따랐다. ◆민간용 상품에서 볼 수 있는 외관상의 세련됨이나 색채 등은 제쳐놓고라도 전투용의 견고함에만 주안을 두고 만든 항공기나 선박들은 연료를 많이 소모하면서 적재량은 상업용보다 적기 때문이다. 투박한 수송기들이 국내선에 취역하는 것은 그런대로 참는다해도 국제선에서 외국항공사와 경쟁하기엔 편리함이나 경제성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규제폐지,이윤추구,외국기업과의 제휴,기술 및 판매 등에서의 노하우 등이 동일제품의 용도변경만으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환」을 의미하는 「콘베르치아」라는 말이 산업분야에서 한동안 「페레스트로이카」나 「글라스노스트」처럼 유행했다지만 영업,코스트,내구성,조작능률,보기좋은 디자인 등에 관한 인식이 뒤따르지 못한 상태인 모양이다. ◆러시아의 이런 경험은 다른나라의 「전환」에 값진 교훈이 될 수 있다. 미국도 상당수의 방위산업체가 「전환」했고 해외기지를 계속 감축하고 핵실험도 중단하면서 다른 핵보유국의 동조를 촉구하기까지 한다. 우리 한반도 상황은 아직도 본질 변화없이 60년대에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 다가올 「전환」에 적응할 준비는 생각해봄직 하다. 북측도 「핵」에 집착할게 아니라 각국에 무르익는 「전환」의 계절을 제대로 봐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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