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너무 무겁자 막걸리 건배 제의도김영삼대통령은 2일 하오 재벌 회장 26명을 초청한 만찬에서 「중대결심」 등의 묵직한 표현을 쓰며 경제회복에 대한 강한 집념을 피력.
김 대통령은 만찬 초반의 모두발언과 마무리에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면 중대한 결심도 하겠다』며 자신의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오 6시부터 2시간30분동안 청와대 인왕홀에서 열린 만찬은 김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표명 때문에 전반적으로 진지한 분위기였다는 후문. 그러나 김 대통령이 직설적이고 솔직한 말을 했기 때문에 재벌 회장들도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토로했다.
특히 만찬 초반부터 노사분규 등 민감한 현안이 화제로 올라 열기 띤 토론이 전개되는 바람에 저녁식사는 2시간만인 8시에야 시작될 정도였다.
만찬에 배석한 이경식 경제부총리 홍재형 재무장관 박관용 비서실장 박재윤 경제수석 이경제 공보수석 모두 『유익하고 진지한 모임이었다』고 평했다.
김 대통령은 하오 6시 정각 만찬장에 들어와 한바퀴 돌면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뒤 착석. 김 대통령은 『우리 옷을 벗자』고 말하고 몇몇 회장의 근황의 관심을 표명.
김 대통령 정세형 현대 회장에게 『노사분규가 심한데 고생이 많다. 어찌 돼가고 있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심려끼쳐 죄송하다』고 대답.
이어 김 대통령과 재벌 회장들은 이동막걸리를 들며 본격적인 토론을 진행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무겁자 모그룹 회장이 『대통령께서 격무에 시달리시는데 너무 무겁다』며 건배를 제의해 분위기를 유도. 이 참석자는 『오늘에야 이 모임을 가진 것은 만시지탄의 감마저 든다』며 『석달에 한번씩 이런 만찬을 하면 분명 경제는 살아날 것』이라고 조크.
김 대통령은 말미에 『여러분 얘기를 직접 들으니 느낀 바가 많다』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얘기 나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라고 자평.
○…김 대통령은 이날 회동전 예상된 『건전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충격적이거나 강압적인 정책은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는 이날 발언이 노사분규에 집중된 점을 감안,지나치게 재계쪽 손만 들어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
김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기업에 대한 사정완화를 시사하는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달 27일 이날 참석자들과의 「사전회동」에서 뜻을 전달했기 때문인듯.<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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