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미국정부 초청으로 미국의 여러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크고 작은 마을마다 자리잡고 있던 도서관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도서관들은 지역정보와 문화의 센터로서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있었으며,지역도서관 몇곳을 둘러보고 나니 「도서관없는 마을」을 상상만해도 캄캄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미국의 도서관들은 책뿐 아니라 그림·레코드·비디오필름·여러가지 학습자료들을 다 빌려주고,도서관안에서 온갖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취미클럽·헬스센터·특강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각급 학교들의 방학이 다가오면 지역도서관은 재미있는 방학프로그램을 짜놓고 학생들을 기다린다. 내가 갔을 때는 여름방학 무렵이었는데 연극공연·오페라 감상·독후감 모집 등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도서관 벽에 가득 붙어 있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미국에 와서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는 한 한국부인은 『온가족이 도서관 이용에 재미를 붙여 각자 취미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 와서 가장 부럽게 느낀 것이 도서관이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울산에 갔다가 종합복지센터인 한마음회관을 둘러보았는데,몇해전 미국에 갔을 때 그들의 도서관을 부러워하던 생각이 났다. 한마음회관은 미국에서 본 지역도서관처럼 온갖 시설을 갖추고,줄지어 밀려오는 주민들을 맞고 있었다.
91년 11월 현대중공업이 세운 연건평 4천2백여평 규모의 이 회관은 소극장·전시실·도서열람실·어린이 궁전과 체육·취미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주민들은 아주 싼 비용으로 스케이트·수영·유도·태권도·볼링·테니스·에어로빅·배구·농구 등을 할 수 있고 취미특강·주부교실·노인대학 등에 참가할 수 있다. 인구 80만 도시에 세워진 이 회관은 연 이용객이 2백5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가 노사분규에 휩싸여 있는 와중인데도 마침 주말을 맞은 한마음회관은 가족단위의 즐거운 이용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소극장에서는 연극 「올리버 트위스트」와 영화 「서편제」가 관객을 모으고,전시실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순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기창·서세각 등 대가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울산시민들을 보니 「움직이는 미술관」 「움직이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체육부 관리들의 노고가 새삼 고마웠다.
한마음회관의 4천2백명 공간을 가득 메운 한여름의 열기는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도서관 확충계획은 한정된 예산으로 지지부진한데,기업들이 이 부문에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재산공개를 앞두고 고민하는 재산많은 공직자들 중에서 지역문화센터 하나 세우겠다는 사람은 안나타날지 기다려지기도 한다.
울산의 한마음회관은 하나의 지역문화센터가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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