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둔 이야기」라는 책이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은 이 책을 통해 그야말로 깊숙히 묻혀져왔던 「한비 밀수사건」의 충격적 내막을 소상히 공개했던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비밀수의 진상은 당시 삼성이 일본 재벌 미쓰이로부터 받은 1백만달러 리베이트자금의 정경유착에 의한 불법도입 수단에 다름아니었다. ◆더구나 그같은 유착이 당시 쿠데타 집권 3년째로 재선을 준비중인 박정희대통령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간에 이뤄진 것이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당시 국교가 없어 리베이트자금을 들여올 길이 없자 국정을 책임진 박 대통령 스스로가 「물건을 사와 처분하자」는 아이디어에다 처분대금을 정치자금·공장건설대금 보충·한비운영자금 등으로 3분등하자는 안까지 내놓았다는게 아닌가. ◆우리나라 경제도약의 기수로 국내외서 평가받기도 해온 박 대통령이 결국 한비밀수의 공범이라는 풀이가 되는 셈이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또 사건 자체도 당시 사정을 알고 있던 또 다른 실세가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분풀이 등 때문에 노출되기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홀로 책임을 뒤집어 쓴 창업주가 박 대통령을 『약고 의리없다』고 했다는게 아닌가. ◆이처럼 30여년전의 일도 생생히 터져나오는 걸보면 끝내 역사속에 감춰질 비밀이란 없는 것 같고,막강한 대통령자리도 물러나면 쉽사리 수난을 당하는 가시방석인 것만 같다. 5·16의 구 군부에 이어 12·12를 일으켜 집권한 신군부가 난데 없이 돌출한 「대원군의 난병풍 증발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있는 가운데 전직 두 대통령도 「평화의 댐」 및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 문제로 감사원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오늘인 것이다. ◆결국 영고성쇠는 인간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고 이같은 교훈이 쉴새없이 생생히 펼쳐지고 있는 오늘을 사는 의미도 한편으론 「쏠쏠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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