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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화땐 경쟁국 기뻐할 것”/김 대통령­재벌총수 만찬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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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화땐 경쟁국 기뻐할 것”/김 대통령­재벌총수 만찬 대화록

입력
199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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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큰 걱정… 기회 잃지말아야/김 대통령/3자개입 정부차원 단호 대처 필요/재벌 총수김영삼대통령은 2일 저녁 재벌그룹 총수 26명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하며 이날 발표된 신경제 5개년 계획과 경제를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회동은 김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불법 노사분규가 장기화될 때는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여 주목된다.

이경재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중대결심이 노사 양쪽에 다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동의 성격으로 보아 아무래도 제3자개입 등 불법노동쟁의쪽을 향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다음은 이날 대화요지이다.

▲김 대통령=경제는 원칙에 입각해 추진하겠지만 임기동안 보완해가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비록 취임 4개월밖에 안됐지만 마치 40개월이 지난듯 합니다. 오늘 30대 기업인 여러분을 만난 것은 기탄없는 대화를 통해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 것인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입니다.

요즘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와 경쟁상대에 있는 많은 나라들이 기뻐할 일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천추의 한을 남기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노사분규가 나면 임금을 올리고 공권력 투입으로 풀어왔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낳는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근로자 기업인 정부 모두는 공동운명체입니다. 파산되면 같이 죽습니다.

국가경제를 망치고 국민이익에 배치되는 노사분규가 계속될 때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 한번 뜁시다.<이하 ▲은 참석기업인 발언>

▲현대 노사분규 쟁점은 임금·근로시간·인사 및 경영권 참여·무노동 부분임금제·해고자 복직 등입니다. 7일 외부세력과 연대해 충파업을 하려하는데 제2의 노총을 설립하려는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핵심문제는 해고자의 복직이며 웬만한 사람은 거의다 복직시켰습니다. 복직 안시킨 극소수는 대부분 위장취업자이거나 사상적으로 의심스러운 사람입니다.

제3자개입을 정부 차원에서 단호히 막아주십시오. 임금·복지·후생 등은 우리가 얼마든지 성의껏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노임과 기술입니다. 기술문제의 80%는 자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20%는 정부가 지원해줘야 합니다. 항만·도로·전력사업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도 필요합니다.

▲우리 기업의 경우 과거 대파업이 일어났을 때 노조측이 각 기업간에 연합하는 바람에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그룹 차원의 기획조정실을 해산,그룹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아예 없애고 각 개별사별로 자율에 맡겼더니 노조연합도 결성되지 않아 오히려 타결이 순조롭습니다.

▲우리 그룹의 경우도 경총과 노총간 합의 범위안에서 8개사 모두 해결됐습니다. 금년만은 신경제계획을 실시하는 해이니 협조해주면 과실을 나누겠다면서 호소하니 고통분담 차원서 근로자들이 협조해줬습니다. 해고근로자의 복직요구는 대부분 체제 반대세력으로 봐도 됩니다.

▲현대 노조가 문제가 되니 이미 교섭을 끝냈거나 교섭중인 기업인들에서도 다시 교섭을 하자거나 현대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합니다.

지난 4∼5년간 노사분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기있는 기업가들 모두 이제 근로자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노사분규는 반드시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 회사도 며칠전 파업을 했는데 중재신청을 해 오늘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갔습니다. 제3자가 개입해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어렵지만 이것만 막아주면 노사분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신경제계획은 매우 좋습니만 세부시책을 만들 때 업계의 애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반대와 불평이 있다해도 실물경제에 가까운 것이라면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국민적으로 꼭 육성해야 할 사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지원육성하면 정경유착이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모든 돈에는 인격이 있습니다. 인격을 가진 돈은 실명을 하면 부끄러워서 안나오게 마련입니다. 돈은 잘 달래야만 합니다. 잘못 다루면 아파트와 토지와 해외로 달려갑니다. 돈 가진 것이 죄라는 생각은 바꾸도록 해야하며 실명제를 안하는 것도 죄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분명치 않습니다. 현재 자동차는 없어서 못팔리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그동안 여러가지 보고를 받았지만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느낀 바가 많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자유롭게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나는 성격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오늘 대화는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이렇게 모임을 갖거나 아니면 다른 모임 등을 가져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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