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수습 개혁파에 밀려 소외/89년 「치리정돈」 정책때와 딴판지난 88년 중국 보수파의 입지를 강화해 주었던 경제과열현상이 93년에는 오히려 「역풍」이 되어가고 있다.
인민일보 차이나 데일리 해방군보 등 중국의 주요일간지들은 1일 중국 고위지도층의 현 경제상황을 논의하기위해 지난달 29일 하오 비공식회의를 가진 사실을 1면 머릿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강택민 총서기,주용기부총리의 발언을 주로 다룬 이 기사의 골자는 경제에 대한 중앙의 거시적 통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기사는 일단 중국이 지방의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금융질서를 바로잡는 등 중앙조정 방식을 통해 현재의 경제 과열현상을 진정시키기로 결정했다는 하루전 홍콩신문들의 보도를 확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보도가 홍콩신문들의 보도와 크게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긴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정책이 「개혁의 U턴」아닌 「개혁의 심화」임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등소평의 지도노선과 14차 전당대회(14대) 정신의 견지를 강조한 강택민총서기는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건설의 중요한 부분이며 개혁을 심화하는 한 과정이다』라고 역설했다. 주용기도 『개혁을 보다 심화해야만이 결제가 안정되고 고르게 발전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93년의 과열경제 진정책과 88년의 진정책은 중앙정부의 통제력 강화와 투자억제 등 겉모습에서는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속내용은 판이하다. 88년 하반기부터 부분적으로 시행되나 89년 천안문사태이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겨졌던 「치리정돈」 정책은 가격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을 유보,중단시킨 개혁으로부터의 뒷걸임이었다. 그리고 그 주관자는 이붕,요의림 등 보수파 인사들이였다.
그러나 이번 긴축의 주관자는 다름아닌 개혁파의 「향도」 주용기이며 각종 개혁정책은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조짐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이유선 중국인민은행장(중앙은행격)의 해임설이다. 대표적 보수파로 꼽혀온 그의 퇴진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관측통들은 후임자문제로 발표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제도를 시장체제에 맞도록 해결하지 못해 경기과열에 따른 금융질서의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것이 그의 해임이유다. 억울한 속죄양 만들기라는 말을 듣고있는 그의 해임은 경제난국을 수습하기 위해 통제경제기능을 회복시키는 것과 같은 과거의 방식을 결코 채택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된다. 88년과는 정반대로 이번의 경기과열이 「보수파거세」로 이용되고 있음은 29일 회의소식을 전하는 중국 주요일간지에 실린 사진이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강택민총서기의 오른편 쪽에 주용기가,왼편에는 이서환이 앉았다. 또한 이서환옆에는 국가부주석 영의인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밖에 정치국 후보위원 온가보,정협부주석 오학겸,왕도국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개혁파로 꼽히는 사람들이다.
「거국적」이란 표현이 걸맞는 이 경제대책회의에 이붕총리는 물론 추가화부총리 등 보수성향의 지도자는 모조리 빠져있다. 경제과열이 「보수파 목조르기」의 빌미가 된 이같은 사태의 진전은 시대의 대세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중국의 긴축정책이 노사전환이 아닌 개혁의 가속임을 말해주고 있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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