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억제선 상회 시간문제/임금등 고통분담도 악영향 미칠듯「상반기중 소비자물가 4.2% 상승」은 우리 경제의 관리능력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공요금 동결,개인서비스요금 상승억제,20개 생필품가격 특별관리,공산품가격 동결결의(업계 자율),고통분담호소에 따른 임금인상 자제,예산절약 등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물가관리정책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연말까지 4∼5%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만에 억제목표선에 진입해 버린 것이다. 지금의 추세로 보아서는 연말 억제목표선의 상한선 상회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흔들리면 노사간의 임금협상은 물론이고 가을의 추곡수매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서비스요금의 상승을 부추기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내세우고 있는 고통분담론의 기본전제도 물가안정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물가상승은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신경제 5개년 계획」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물가관리정책에도 문제가 많다. 가격통제 등 미시정책면에서는 강력한 물가안정정책을 펴고 있지만 거시정책에 있어서는 통화공급확대 등의 인플레유발적인 정책을 동원하고 있어 물가안정목표의 실현은 「하늘이 돕지 않는한」 아주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경제활성화 촉진 등을 내세워 통화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6월20일의 총통화증가율은 18.9%로 2·4분기 통화억제선에 육박하고 있다. 물가상승을 촉발할 「인화성 물질」이 경제전반에 걸쳐 널리 깔려 있어 조그마한 충격에도 물가는 뛰게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은 올해처럼 물가관리가 쉬운 때도 없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이 경제특별담화를 발표하는 등 전면에 나서서 물가안정을 직접 호소하고 나섰고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근로자들도 정부의 고통분담론에 호응하여 임금인상요구를 자제하고 있다. 정부도 연말까지 모든 공공요금을 동결키로 하는 등 가격통제에 적극 나섰고 업계도 자율결의를 통해 향후 1년동안 제품가격을 인상치 않기로 했다. 물가당국자들 스스로 지난달까지만해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를 넘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호언장담했을 정도다. 당국자들이 이같은 확신이 한달만에 거짓말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정부의 물가관리능력은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연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6%로 정부의 억제목표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고 대부분의 민간연구기관들은 6%선을 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6월에 물가가 예상외로 높게 상승했다』며 『그 원인은 여름더위가 예년보다 빨라 수박값이 뛴데다 갈치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가불안의 이유를 수박이나 갈치같은데서 찾고 물가관리가 잘 안되는 것을 「하늘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후의 물가는 더욱 불안하다. 임금안정 가격통제 등 소위 고통분담정책을 내년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지금의 물가관리체제는 억눌렀던 가격인상 압력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반등효과를 안고 있다.
실제로 경제기획원 예산실은 내년부터 전기료 철도료 우편요금 상하수도료 등 현재 동결상태에 있는 각종 공공요금을 내년부터 대폭 현실화(인상)하기로 했다. 개인서비스요금 공산품가격 등의 인상도 불가피하다. 이러한 가격반등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물가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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