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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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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회)은 나에게 정치를 가르쳐준 교사이자 지도자로 키워준 모교다. 영국의 자유를 지키는 이곳에서 한평생을 보낸 나는 이제 떠날 때가 됐다. 유능한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1964년 5월20일 62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윈스턴 처칠 전 총리(당시 89세)가 선거구인 보수당의 우드퍼드지구당에 보낸 정계은퇴 통고문의 요지다. ◆국회의원이 다선의 관록을 쌓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평소의 성실한 의정활동이 연속 당선의 밑거름이 되지만 선거때 온갖 중상모락과 흑색선전·금품공세를 극복하고 당선회수를 늘리는 것은 구사일생과 같다. 미 상·하원에는 20∼30년간 의원을 지낸 다선들이 수두룩하다. 일본의 경우 중의원의 최다선은 중의원 의장을 지낸 하라 겐사부로(원건삼랑·86세) 의원으로 18선. 두번째는 나카소네 야스히로(중증근강홍·75세) 전 총리와 방위청 장관 등을 역임한 에자키 마스미(강기진장·78세) 의원으로 17선을 기록하고 있다. ◆45년간의 우리 의정사에 있어 최다선 의원은 9선을 기록한 김영삼대통령이며 다음 8선 출신은 고 정일형·김재광의원,그리고 현역으로는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었으나 박 전 의장의 의원직 사퇴로 7선 의원인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최다선이 됐다. ◆5대 국회때 첫 당선됐던 박 전 의장은 민주­공화­민자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뛰어난 정치감각과 판단력으로 정계의 수재로 이름을 날렸었다. 하지만 박씨는 재산공개결과 무연고지에 엄청난 땅의 소유와 다세대주택 운영 등 투기와 부정축재 의혹으로 국회의장에서 물러났고 사회적 지탄과 여론의 압력으로 의원직까지 사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사퇴의 변에서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은혜에 보답할 것』을 다짐하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꼭 재기하겠다는 것인지 자신을 내몬 측에 「보답」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최다선의원의 퇴장은 가뜩이나 전통이 엷은 우리 의정사의 손실이지만 그의 사퇴는 『지도자는 청렴하고 수신제가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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