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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개혁 결단의 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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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개혁 결단의 때(사설)

입력
199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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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 28명이 낸 사법부 개혁의견서가 각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사법부 개혁파동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젊은 판사들의 주장이 공식계통을 밟아 상부에 전달되자 대한 변협·민변 등 변호사 단체와 재야·종교단체 및 야당에서 잇달아 지지결의·성명을 내고 사법부 개혁과 과거청산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사법부의 일부 젊은 판사들에 의해 지난달부터 촉발되어온 어두운 과거에 대한 이같은 반성·청산·개혁촉구 움직임은 문민시대를 맞으며 이미 각계에서 전개되어온 것과 괘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설득력을 지녔고 국민적 공감도 가세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사법부가 그들의 뜻을 사법부 거듭나기의 에너지로 수용,승화시키는 결단과 지혜가 필요함을 강조해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에 의해 지금껏 추진되어온 사법부 개혁은 젊은 법관들의 의욕이나 국민적 기대에 비해 지지부진해온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사법부는 그동안 두차례나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어 개혁방향을 논의하고 일부 개선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변호사들의 판사실 출입제한,전관예우금지 등에 그치는 것이었을뿐 자율 숙정이나 관료적인 인사·제도의 개혁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결국 이런 속사정이 오늘과 같은 사법부 개혁파동을 몰고온 셈이다.

우리는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몇가지 우려와 고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째 사법부 수뇌부 스스로가 사법부 내부개혁에 좀더 과감해야 하겠다. 사법부 고유의 권위와 질서는 의당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내부의 자성목소리와 개혁욕구조차 제때 적절히 수용하지 못해서는 조용하고 내실있는 자율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에서 마저 개혁진통이 외부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나머지 정치권에서와 같은 「마녀사냥」식 개혁과 사정이 강제되길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래서 사법부 스스로의 보다 과감한 개혁수행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둘째로 이번 진통이 과거 「권력의 시녀」 소리를 들으며 더러 「침묵」하기도 했던 사법부를 통틀어 매도하거나,젊은 판사들과 원로들을 2분법적으로 나누는 흑백논리로까지 흘러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사법부 수뇌들도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젊은 목소리를 전체 법관의 3%도 안되는 소수의견이라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또 어려움속에서 지금껏 사법부를 묵묵히 지켜온 원로나 선배들을 젊은 법관들이 무조건 불신해서도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까지나 내부 절차와 계통을 밟아 정식으로 건의서를 낸 젊은 판사들의 뜻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변협 등 관련 외부단체들이 사법부 개혁촉구 대열에 동참하고 나선 것은 시대정신이나 국민적 요망에 비춰 당연하다. 하지만 순수한 동기의 동참이 사법부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켜 걷잡을 수 없는 파동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사법부의 개혁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젊은 뜻을 수용·승화시키는 사법부의 결단과,큰 파동없이 개혁을 일궈내는 지혜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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