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앞둔 시점서 정가파문·해석구구/“「수난당한 정치인」 이미지 부각 의도” 시선도『5·17 당시 신군부가 대원군이 난병풍과 김옥균선생의 음어를 압수해 자기들끼리 나눠가졌다』
민자당의 김종필대표가 지난 29일 던진 이 한마디가 파문과 화제를 계속해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상규명의 당위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왜 김 대표가 과거사를 다시 들추어냈을까. 평소 가능한한 말을 아끼는 김 대표가 『대원군의 난병풍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안다』고까지 주장한대 대한 구구한 해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대표 측근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옛날 얘기』라며 「우발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김 대표는 아무 말이나 막 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심사숙고의 복선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며 배경이 있다는 시선을 떨치지 않고 있다.
문제발언이 있었던 29일의 기자간담회를 되짚어보자.
이날 상오 9시30분께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강재섭대변인과 김길홍 대표비서실장이 오랜만에 김 대표와 한담을 나누려고 대표실로 들어갔다. 이 때 두명의 기자가 조용히 따라 들어갔고 김 대표는 『도둑고양이처럼 소리없이 들어오긴…』이라고 조크를 하며 평소의 그답지 않게 반갑게 맞았다. 이어 4∼명의 기자들이 더 들어와 자연스럽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 기자가 제2재산공개와 관련,『항간에 김 대표가 소장한 르누아르 그림에 대해 여러 얘기가 많다』고 운을 떼었다. 김 대표는 『그 르누아르 그림은 여인도가 아니고 장미를 그린 2호짜리』라며 진품여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취득경위까지 상세히 설명하자,이번에는 대원군의 난병풍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답이 파문의 시발이 됐다. 외견상으로 보면 우연한 기자간담회,질문에 대한 설명 등 별다른 의도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라는 물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발언시점이 미묘함 때문이다.
우선 재산공개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각된다. 다분히 김 대표로서는 르누아르 그림 등 소장미술품을 둘러싼 소문에 해명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신군부의 미술품 착복」 주장은 우연적 요소가 짙다. 질문이 없었다면 5·17 당시의 사연들을 풀어놓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석에서 대원군의 난병풍,이순신장군의 친필휘호 등 애착을 가졌던 과거 소장품을 자주 화제에 올렸다. 의도여부를 떠나 김 대표는 「수난당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만은 사실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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