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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와 환경/이광일 주간한국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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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와 환경/이광일 주간한국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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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논에서 잡은 참게로 담근 게장의 감칠맛도 아련하다. 『게를 논에서 잡나?』라고 오히려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수수를 좋아하는 성미를 이용해 수숫대를 게굴속에서 밀어넣어 참게를 잡던 추억도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 물길이 막히고 공해에 찌들어 우리곁을 떠나고만 것이다.그런데 한국해양연구소가 지난해말 이 참게의 인공번식에 성공했다(발매중 주간한국 보도). 벌써 인공사육에 들어가 지금 몇몇 논에서는 보일락 말락한 새끼게가 자라고 있다.

5년여의 적지 않은 세월이 들었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나고 자라는 종류라 다른 물고기 양식보다 기술과 정성이 몇배나 들었다.

한국해양연구소가 참게를 양식하는 것은 단순한 참게장의 향수를 되찾게 하자는게 목적은 아니다. 거기에는 생태계의 복원이라는 절박한 명제가 담겨있다. 만경강에서 임진강 한강 대동강 압록강까지 서해로 흘러든 하천과 주변 논에는 참게가 지천이었다. 그러던 것이 공업화로 치닫던 70년대 이후 강은 오염되고 강 하구에 접한 서해안에는 대규모 간척사업이 벌어졌다.

공장과 농토와 아파트에서는 폐수와 농약과 생활하수가 쏟아져 나왔다. 참게는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바다로 이동해 갯벌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새끼는 바다에서 좀 자라다가 봄부터 강을 타고 올라와 모내기가 끝날쯤이면 이미 논에 굴을 파고 산다. 그러나 이젠 알을 낳으러 바다로 내려가려 해도 물길은 막혔고 썩은 강과 농약 친 논은 더이상 보금자리일 수 없다.

참게양식의 성공이 반가움이면서도 두려움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환경파괴와 오염은 참게뿐 아니라 너무도 많은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갔다.

논에서는 미꾸리지와 개구리와 메뚜리가 사라졌고 바다에는 광어가 없어 양식을 한지 오래다. 어지간한 물고기라면 인공부화한 치어를 방류하면 증식되지만 참게는 그럴 수도 없다. 아마 그냥 논이나 강에 풀어놓았다가는 며칠 못가서 죽고 말 것이다.

땅과 민물과 바다가 모두 깨끗해져서 옛날처럼 어디서고 참게를 볼 수 있는 날이 와야만 우리는 환경을 살려 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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