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겉치레 땅매입 열중/아들명의로 3억여원 챙겨검찰이 지난 30일 한양그룹 배종렬회장(53)을 9개 죄목으로 구속기소하면서 밝힌 배 회장의 경영비리는 일부 기업인들의 잘못된 윤리의식을 단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배 회장은 2천39억원의 임금체불과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1백73명의 사상자를 낸 것은 물론 부동산투기·재산 해외도피,회사공금을 가장 납입한 회사설립 등 기업인으로서 가능한 각종 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한양 비리수사에 착수한 것은 1일부터였다. 그러나 당시 임금체불로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 잇따르자 일단 내사만 벌이다 노동부가 고발하자 지난달 18일 본격 수사에 나섰었다.
내사과정에서 한양은 80년대초 중동진출에 실패,경영이 악화돼 정부에 의해 산업합리화 기업으로 지정되는 혜택을 받고도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지난달 11일 근로자 임금 2천39억원을 체불하고 무리한 공사를 강행,1백73명의 사상자를 낸 사실을 확인하고 배 회장을 일단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배 회장이 전국에 1백70필지 28만4천7백91평의 부동산(1백42억원 상당)을 제3자 명의로 소유한 사실을 조사키 위해 회사 관계자 및 명의대여자들을 조사하던 검찰은 친인척 등의 명의로 시가 1백98억원 상당의 1백7필지 25만여평을 소유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배 회장은 부동산붐이 일기전인 70년대부터 회장 비서실에 전담직원을 두고 부동산 매입과 등기 이전업무를 맡겨 3백4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배 회장은 특히 동서명의로 된 경기 양주군 광적면 석우리 43 등 32필지를 (주)한양의 공장부지로 빌려주고 연간 2억∼4억3천만원씩 임대료를 챙겨왔다.
또 「가장 납입」 편법을 이용,자본금이 없는 유령회사(PAPER CONPANY)를 설립,은행담보용으로 이용하거나 종합건설업체의 참여가 불가능한 전문건설공사를 수주하기로 했다.
「가장납입」이란 회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잔고증명을 만들기 위해 은행에 자본금을 예치,잔고증명을 받는 즉시 잔금을 빼돌리는 것으로 대개 사기꾼에 이용되는 수법이다.
배 회장은 이와함께 경기 평택 LNG 인수기지공사를 시공하면서 LNG 저장탱크 5호가 공사를 하청받은 프랑스 테크니가스사에 공사비중 1백20만달러(한화 9억5천2백만원)을 과다계상해 시티뱅크 홍콩지점을 통해 해외로 빼돌렸다.
이외에도 배 회장은 서울시내 4개 재개발주택조합의 조합장을 매수,시공중인 아파트의 평당 건설비를 높게 책정해 부당이득을 챙겨 결과적으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배 회장의 탈법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대학생 등인 20대 초반의 두아들을 한양합판 등 3개 계열사의 이사로 등록,매월 1천2백만원씩 모두 3억2천여만원의 회사공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일부 악덕기업인들의 실종된 윤리의식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이번 수사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를 구속할 경우 노사관계는 물론 위축된 경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졌으나 경영비리가 계속 드러나 배 회장을 구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 회장의 경영비리에 관여해오다 잠적한 회사관계자들도 추적,조사한뒤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모두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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