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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엔 믿음가나 투자 나서긴…”/「신경제 100일」 재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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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엔 믿음가나 투자 나서긴…”/「신경제 100일」 재계 평점

입력
199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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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개혁등 후한 점수/경기활성화 “기대 미흡”/“더이상의 불황막았다… 이제부터 가시화” 진단도『기력만이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취해졌다는 응급조치로는 미흡한 것이었다.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신경제 1백일계획을 중병에 걸린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응급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업들이 30일 이 계획의 마무리 시점에서 내린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신경제 1백일계획 제1의 목표였던 기업의 투자분위기 활성화가 전혀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고 부작용으로 크게 우려했던 물가는 걱정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효과는 별로 없는데 비해 부작용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신경제 1백일계획 기간의 막바지에 돌출된 노사문제도 기업들에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정부가 이 기간동안 내걸었던 7대 과제중 규제완화나 중소기업 활성화,의식개혁 등에서 큰 진전이 있으나 정부가 쏟아부은 돈이나 각종 조치의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기업들은 『경제정책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의 평가는 무리』라고 전제하면서도 신경제 1백일계획에 대한 종합평점을 「C」정도로 별로 후하지 않게 매기고 있다.

섭섭할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의 이같은 점수매김의 가장 큰 배경은 아직 투자할 마음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것. 정부는 신경제 1백일 계획을 발표한 이후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리고 설비자금 5천7백억원을 풀었으며 연불수출 지원자금 10억달러 증액,임시투재세액 공제도 적용 6개월 연장 등 각종 활성화 대책을 폈다. 투자촉진을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고 세금까지 깎아주는 고단위처방을 내렸던 것이다.

기업들도 전경련을 중심으로 투자 조기집행을 결의하고 개별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임을 밝혔으나 아직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이에대해 삼미그룹 기조실의 허천구사장은 『정책에 믿음은 가나 아직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고 대우그룹 기조실 김우일이사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할 수 없으며 아직 걷히지 않은 먹구름이 많다』며 기업들의 위축된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안서고 기업의 의욕을 고취시키겠다는 정부의 분명한 의지표현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각 기관의 투자예고지표도 결코 밝은 상황은 아니다.

기술개발 분위기도 식어있긴 마찬가지다. 동국제강 회장실의 권병용부사장과 대림산업 기조실의 갈정웅이사는 『대부분 기업들이 질의 성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기술개발 촉진의지는 높다』면서도 『정부의 의도만큼 기업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활성화부문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에는 다소 이견이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 어음기일 단축 등으로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고있는 반면 정작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은 신경제 1백일 계획의 가시적인 성과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인 대영화학의 오태규사장과 서울엔지니어링 오세철사장은 『소규모 기업분야 지원대책이 전무하다. 인력수급문제가 가장 절실한데도 이에대한 정부의 인식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관계정립과 정부의 공평한 기업정책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규제완화와 의식개혁부문에 대한 기업들의 평점은 후했다. 쌍용그룹 종조실의 유근학전무와 대림 갈 이사는 『지방 공무원들에게서는 아직 변화를 읽을 수 없으나 많은 부분이 풀렸고 변화의 대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공무원이나 기업인 모두 변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상의의 최병선이사도 『돈봉투 부담을 갖지 않고 행정관청응 들어갈 수 있어 한결 홀가분하다는 기업주들의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허가를 신고로 바꾸는 정도에 그친 규제완화나 정부의 강압으로 의식개혁의 흉내만 내고 있다』는 일부의 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부가 6백70여가지의 규제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경제현장에 파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임동승소장은 『신경제 1백일 계획 자체는 정부가 방향을 빨리잡은 것이다. 우리 경제를 더 이상 벼랑으로 내닫지 않도록 불황의 진행을 정지시킨 효과가 있다. 아직 분위기 활성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불황의 골이 그만큼 갚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금리의 추가인하 등 경기회복 의지를 강화해야 하고 기업의 도전적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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