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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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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17 당시의 신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한뒤 국민의 지탄을 받아오던 권력형 부정축재자를 척결한다면서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와 이후락 박종규의원 등 9명의 재산을 환수했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이들의 부정축재 총액은 8백53억원이었다. ◆축재규모는 김종필씨가 단연 으뜸으로 2백16억원,그 다음은 이후락씨로 1백94억원을 몰수당했다. 형식은 부정축재자의 자진헌납으로 했다. 환수된 재산은 국민복지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계엄사가 발표했다. 이들 「재산헌납자」들은 공직사퇴와 근신으로 형사처벌은 가까스로 면제됐다. ◆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민자당의 김종필대표는 『80년 신군부가 압수해간 희귀고 미술품을 국고에 귀속시키지 않고 신군부 인사들끼리 나눠가졌다』고 폭로,5공세력의 부도덕성을 나무랐다. 김 대표는 압수당한 미술품이 대원군의 난병풍과 이당 김은호의 사군자,김옥균의 음어서한 등이라고 밝히고 『석파의 난병풍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쿠데타까지 감행해서 정권을 잡았던 신군부 세력들이 국고에 귀속해야할 남의 서화나 가로채서 집에 갔다뒀다니 이들에게 나라의 운명과 한시대를 맡긴 국민들이 한심스럽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진해서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89년 9월 김영준 당시 감사원장은 환수재산의 처리를 묻는 야당의 질의에 대해서 『합수부가 환수한 재산을 계엄사에 인계하는 과정에서 21억원이 증발했다』고 증언한 일이 있다. 국가기관끼리의 인수인계에서 한두푼도 아니고 몇십억원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부정과 횡령이 끼어있다는 증좌다. 장물도 이렇게는 못하는 법인데 신군부의 실세라는 사람들이 부정축재 환수품을 떡갈라 먹듯 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짓이다. 감사원은 철저히 진상을 파헤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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