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 우리 군에서 또 일어났다. 국가적 비밀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군사정보들이 너도나도 쉽게 외국인 손에 전달돼왔음이 밝혀졌다. 그것도 현역 해군소령이 저지른 짓이라고 한다. 우리의 군기밀관리체계가 어떻게 이토록 허술할 수 있었는지,놀랍기 짝이 없다.국방부 정보본부 소속 고영철소령이 일본 후지TV 시노하라 서울지국장에게 넘겨준 군사기밀은 「전환기의 군사대비태세 유지」 등 2급 비밀문건 3건과 3급 비밀문건을 포함하고 있다.
군수사당국은 28일 하오 시노하라 지국장을 군사기밀보호법의 군사기밀 탐지 및 수집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군수사과정에서 시노하라 지국장은 고 소령외에도 5∼6명의 장교들로부터 군사정보를 담은 많은 문건을 입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문건의 정보를 토대로 그는 일본의 군사전문가 월간지 「군사연구」에 작년 9월9일 국방부가 전문 주요부대에 시달한 「전환기의 군사대비태세 유지」의 추진 중점내용과 추진시기 등을 기고했다.
그는 또 한국이 휴전선 정찰용으로 미국에서 신형장비를 얼마나 도입했고 어디에 배치했는지를 다른 기고문을 통해 상세히 기술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제2사단의 위치,전차장비의 출력·수량 및 기타 미사일 관계내용도 비교적 소상히 공개했다.
군의 작전계획과 용병에 관한 사항이나 편제,장비 및 동원에 관한 사항들로서 그 공개가 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현행 군사기밀보호법상의 「기밀」로 규정돼있다. 또한 이같은 기밀을 누설·탐지·수집·과실누설하거나 우연히 기밀을 지득한 자의 누설 등은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시노하라 지국장의 기밀 「탐지」 「수집」 「누설」 행위에 대한 수사결과와 사법처리 방법이 무엇이 될 것인지와는 관계없이,그가 그같은 정보들을 입수하고 공개한 과정만은 분명히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일로 점철돼 있다.
고 소령의 진술에 의하면 군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시노하라를 통해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비밀서류 사본을 건네줬다는 것이니,도대체 그런 정도의 사고수준에 있는 장교가 국가의 중요정보를 다루는 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다는게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군의 기강해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철저한 수사는 물론이고 안보차원에 입각한 군기강 쇄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시노하라 지국장의 경우,관계당국은 피의자가 외국특파원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영향에 크게 유의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국가기밀과 취재보도의 한계는 현실적으로 매우 미묘한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군사기밀을 빼내가는 과정에 위법사항이 있었는지,그로인해 발생한 정치적 군사적 위험과 코스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선행돼야 할 문제라는 점이다.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사기밀 관리,군기 재확립을 전방위적으로 강구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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