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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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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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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문화가 들어오면 새로운 말이 생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버스(BUS)처럼 외래어가 그대로 통용되기도 한다. 한자문화권인 동양에선 서양의 언어를 신조어로 많이 바꾸었다. 이 방면에선 일본이 앞장 선 셈이다. 일본의 외래어 소화력은 거의 무차별이라할만 하다. 애프터 서비스 로맨스 그레이같은 일본제 영어가 얼마든지 있다. 그런가하면 한자를 빌려온 조어도 흔하다. ◆서양의 필로소피라는 말은 중국에서 현학,일본에서 철학으로 만들어 썼으나 결국 일찍부터 철학이 이겼다. 미학도 일본의 조어라고 한다. 지난 겨울에 발간된 일본의 어떤 잡지는 이런 실례를 나열하고 있다. 순문학이나 야구란 용어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용어는 더욱 그러하다. 문화예술분야에선 교향곡(심포니) 시정(포에지) 장편·단편소설과 영화에서 남우·여우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은행·보험같은 경제용어는 중국의 차지다. 사상의 언어에선 일본이 또 몫을 차지한다. 철학도 그렇지만 주의(ISM)가 한문에 있는 것을 바탕으로 개인주의라는 언어는 일본인의 조어에 속한다고 한다. 일본문화의 소화력과 대응력이 얼마나 재빠르고 임기응변적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조어력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학자가 우리 학문의 세계화를 촉구하고 있음은 관심거리다. 우리 학문수준은 스포츠에 비유하면 전국체전 출전에 만족하고 올림픽에 나갈 꿈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뼈아픈 진단이 내려졌다. 말하자면 우물안 개구리 신세에 만족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의 제기인 것이다. 남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흉내만 내고 있어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음은 당연한 결론이다. ◆집단 이기주의가 너무 거세다고 한탄하는 세상이다. 모든 분야가 거의 다를바 없다. 지금 밖에선 우리를 알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군사기밀까지 빼내 군사전문가 행세를 하는 판국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안에서 아웅다웅 다투느라고 세월을 허송한다. 눈을 밖으로 안돌리면 우리는 또 뒤로 밀린다. 선진의 공상만으론 선진에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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