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논란 무릅쓰고 일 특파원 전격 연행/일의 자의적 한반도 군사문제 논의 쐐기/민감문건 관리체제 정비 과제로현역 해군소령의 군사기밀 유출사건은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이 기밀을 건네받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여러 측면에서 파문을 낳고있다.
군수사당국은 26일 연행한 시노하라 마사토(조원창인·40) 후지TV 지국장을 철야조사,이미 구속된 고영철소령(40)으로부터 5건의 Ⅱ·Ⅲ급 기밀서류를 건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92년 9월 고 소령이 시노하라 지국장에게 넘겨준 「전환기 군사대비 계획」은 통일에 대비한 군사전략 계획을 담은 극히 민감한 문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군 당국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이해관계국들이 미묘한 안보외교적 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고도 군사정보를 담은 기사가 일본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주시하던 끝에 외교적 논란을 무릅쓰고 이 문제를 공식화,일본 언론을 포함한 일본측의 자의적 한반도군사문제 논의에 제동을 걸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군수사당국은 일단 시노하라 지국장에게 군사기밀보호법상의 군사기밀 탐지 및 수집혐의만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수집한 기밀을 북한 등 제3자에게 다시 넘겨준 혐의는 없고,자신의 군사관계 기사에만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9년 서울지국장으로 부임한 시노하라씨는 일본에 있을때부터 군사평론가로 활발한 기고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후지TV에서 사회부 및 정치부 기자 등으로 일하는 외에 개인적으로 「군사연구」 등 군사전문지에 일본 자위대와 남북한 군사관계에 관한 글을 다수 써왔다. 그리고 한국 부임후에는 일본 군사전문지는 물론 국내 전문지에도 여러건의 기고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주재 일본 언론관계자는 시노하라 지국장을 『군사문제 매니어(광)』라고 지칭하고 있다. 일본의 귀족학교인 학습원대학을 나온 그는 사무실과 집에 전투기·대포 등의 모형을 다수 수집해두고 있을 정도로 군사문제에 심취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또 일본 특파원들에 의하면 보수적인 명문가문 출신인 시노하라 지국장은 보수반공주의적인 시각을 갖고있고,지난해 방송기자 출신의 한국여성과 결혼할 정도의 친한파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시노하라 지국장이 수집한 군사기밀을 북한 등에 넘겨주었을 것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 해군소령은 시노하라 지국장에게 고도의 군사기밀을 넘겨준 동기에 대해 『군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시노하라씨에게 진급 청탁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군 당국에 의하면 시노하라 지국장은 일본 유학중 후지TV에서 일하고 있는 고 소령의 동생을 통해 두사람이 친분관계를 맺어 군사기밀을 제공했고,이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또 고 소령외에도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군사서류를 넘겨준 군관계자들이 있는가를 수사하고 있어 추가 수사결과에 따라 군의 기밀관리체제를 놓고 심각한 개선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례없는 외국특파원의 전격연행과 사무실 압수수색 등 군수사당국의 조치에 대해 일본 특파원 등 주한외국 언론 관계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한외국특파원클럽(FCC)은 27일 공보처에 「우려」를 전달했으며 일본 대사관측도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일본 특파원들은 한국 당국의 조치를 『외국 언론을 대상으로 했지만 한국언론에 군관계 취재 및 보도에 경각심을 촉구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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