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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놓고 쉬고 싶다”/노 전 대통령 대구 낙향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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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놓고 쉬고 싶다”/노 전 대통령 대구 낙향 움직임

입력
199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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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연금상태」·「전 노 한동네」 불편 느껴/“정치적 귀양” 우려,시기는 연말이후 예상노태우 전 대통령이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지낼 생각을 굳힌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직후부터 간간히 『고향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해왔지만 최근들어 부쩍 고향얘기를 자주 꺼낸다고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동생 재우씨가 대구에서 지낼 거처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대구행을 결심하게 된 가장 주된 이유는 「휴식」이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내방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이젠 정말 푹 쉬고 싶다』면서 어릴적 고향에서 지내던 얘기들을 자주 한다고 한다. 한 측근인사는 『지난 두달동안 운동권 학생들이 소동을 피우는 바람에 밖에도 제대로 못나가는 등 사실상 연급상태나 다름없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무척 갑갑해하는 것 같다』고 최근의 심경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음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이다. 지난주초에는 퇴임후 두번째 지방나들이에 나서 수안보온천과 월악산을 다녀오고 한동안 못했던 테니스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12·12 진상조사,감사원의 율곡사업 특별감사 등으로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연희동 집은 여전히 갑갑하기만 하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전임 대통령이 아무렇지 않게 백화점 등에서 시민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되는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을 대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동네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서울을 떠나 있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난 10일에는 대학생 시위로 인해 전경 7개 중대가 집주변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고 평소에도 골목마다 전경들이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등 동네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간단치 않다. 문밖을 나설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한동네에서 같이 지내오며 정든 이웃들이 나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연희동을 벗어나고 싶어하는데에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는 전 전 대통령과 한동내에서 지낸다는 것이 마음 편할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부의 개혁바람이 거세지면서 두 전직 대통령이 한 동네에 살아 필요이상의 시선을 끌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을 자주 찾는 한 인사는 『우선 같은 동내에 두 전직 대통령이 산다는 것 자체가 어딘지 모르게 모양이 좋지 않다』면서 『그래서 일반 생기면 「노·전」이니 「연희동」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행 결심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내에 고향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구에 적당한 거처를 마련하는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경호원이나 비서관들도 함께 지내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고향인 대구시 동구 신용동은 아직 시골이라 큰집이 없고 시내에서 지내자니 아파트 말고는 손쉽게 집을 얻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와함께 잇단 사정바람에 휘말려 과거의 부하들이 고생하고 있어 마음과는 달리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의원이 구치소에 가 있고 측근인 이원조 전 의원은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혼자서 훌쩍 낙향하는게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자신도 『비록 전임 대통령이지만 자리를 지키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5월 중순께 중국 상해에서 열렸던 전직 국가원수협의회 11차 총회에 초청장을 받아놓고도 이같은 생각 때문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발」을 붙잡고 있는 진짜 속사정은 대구행이 마치 「정치적 귀향」처럼 비쳐질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새정부의 개혁작업이 6공의 「실정」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자칫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전 전 대통령의 백담사행과 같은 의미로 확대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측근 인사들은 『순수히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정치적으로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건의를 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정을 종합해볼 때 노 전 대통령의 대구행은 올 정기국회가 끝나고 지금의 개혁정국이 어느 정도 정돈되는 금년말이나 내년초쯤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대구에서 아주 눌러 사는게 아니라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지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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