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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출연제지 잘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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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출연제지 잘했다(사설)

입력
199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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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도 달라져야 한다. 이 당면한 요구가 오랫동안 묵살당해왔다. 시청률과 인기의 덫에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송 프로의 정신연령은 10대 수준에 묶여 있었다. 요란하고 시끄럽고,철저하게 10대 취향에 물들었다. 오락기능에 편중돼 드라마와 쇼의 수준이 지나치게 유치했다. 이젠 마땅히 달라져야 한다. 시청자의 압력도 그렇지만 안으로부터의 탈바꿈이 중요하다.이런 가운데 프로그램 개혁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KBS는 앞으로 「모든 연예·오락프로를 공영의 정신이 깃든 건전한 내용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불건전한 의상이나 지탄을 받는 연예인들의 출연도 제한하기로 했다.

첫조치로 10대의 우상과 같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연을 막았다. 이유는 흑인풍의 파마를 한 머리모양 때문이라고 한다. 그 해괴한 머리모양은 해외에서도 잠시 연예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다 말았다는 역겨운 것이다. 분별력이 부족한 10대 소년들에게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할 때 KBS의 결단은 모처럼 신선하다.

마침 새로 진용을 짠 방송위원회도 시청자의 주권을 내세워 제작방향의 가시적 변모를 강력히 요구한바 있다. 방송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사회전반의 일치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KBS뿐 아니라 다른 방송들도 예외의 대열에 구태의연하게 머물러 있을 일이 아니다. 공·민영을 막론하고 날로 심화되는 저질과 유치한 인기의 경쟁은 내던져야 옳다. 이것만이 진실로 시청자를 대접하고 국민의 정서를 올바르게 이끄는 길이다.

방송위원회의 지적도 있었지만 먼저 손대야 할 부분은 치졸한 오락프로와 간접선전 그리고 언어의 무절제한 남용이다. 오락프로는 10대에 지나치게 영합한다. 그들의 환성과 박수를 인기의 척도로 삼는다면 국민적인 교양수준이 너무 한심하지 않겠는가. 특정상품의 간접선전은 더구나 반윤리적이다.

우리가 특별히 당부하는 것은 방송언어의 순화다. 욕설이 함부로 나오고 속어와 은어를 태연하게 전파에 띄운다. 불필요한 사투리의 구사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송을 인기와 시청률의 경쟁으로 계속 우기고 나간다면 방송기능 자체가 매도당할 수도 있다.

우리 방송은 이제부터 국민정서를 지켜주는 파수꾼으로서 자리를 굳혀가야 한다. 안방문화와 대중예술이 건전해야 밝은 사회의 터밭이 넓어진다. 바탕이 바로 잡혀야 시청률과 인기경쟁도 의미가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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