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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보이­미군/39년만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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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보이­미군/39년만의 재회

입력
199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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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홍천서 배고픈 소년­외로운 병사 인연/54년 헤어질 때까지 끈끈한 「전장 우정」 쌓아/홍안에는 어느덧 세월의 더께가…전장에서 싹튼 우정을 39년만에 다시 찾았다.

지난 24일 하오 서울 중구 장충동 앰버서더호텔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인 소년과 미군으로 만나 서로를 감싸주며 참혹한 전쟁을 치러냈던 조재현씨(56·사업·미 시애틀시 거주)와 로버트 벤틀씨(60·회사원·미 일리노이 거주)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언제까지나 소년으로 머무를 것 같았던 조씨는 굵은 주름이 잡힌 50대 후반의 신사로 바뀌었고 갓스무살의 팔팔한 청년이었던 벤틀씨는 배가 불룩 나온 노인의 모습이었지만 두사람은 단번에 서로를 알아 보았다.

두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강원도 홍천,52년 초 여름이었다. 당시 벤틀씨는 미 제10군단 제4통신대대의 분대장으로 홍천에 잠시 머물렀고 조씨는 「먹을 것을 찾아」 경북 김천의 가족을 떠나 그 곳까지 흘러들어와 있었다.

벤틀씨의 부대가 인제군 남면 관대리로 옮기자 조씨도 부대를 따라 갔다. 그때부터 두사람은 벤틀씨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서로에게 힘이 됐다.

사전(Sergeant·하사) 벤틀은 리틀 조의 영어선생님이었고 리틀 조는 사전 벤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꼬마 친구였다.

영어라고는 욕지거리 밖에 몰랐던 조씨는 벤틀씨의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여 표준영어를 익혀 나중에는 훌륭한 전화교환병 역할도 해냈다. 조씨는 『그때 다시는 욕설을 입에 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비눗물로 입을 씻어내기도 했다』고 한다.

벤틀씨는 『리틀 조는 정말 부지런하고 똑똑한 소년이었다』고 추켜세우며 『짬이 나 카드를 할때면 늘 리틀 조가 미군 동료들을 이겼다』고 말했다.

54년 5월 경황없이 헤어지는 바람에 연락이 끊어졌던 두사람은 베틀씨가 조씨를 찾는 사연이 보도(한국일보 4월11일자 22면 「표주박」)돼 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벤틀씨에게 배운 영어덕분에 주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다 6개월전 미국으로 이민간 조씨가 이 보도를 보고 벤틀씨에게 전화를 걸어 벤틀씨가 한국전 참전용사의 한국방문에 참가하는 동안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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