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25일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미·북한의 뉴욕회담에 대해 『미국이 양보를 너무 많이 했다』고 논평했다는 뉴스를 듣고 어리둥절해진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외무부장관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밝혀온 정부의 입장과 김 대통령의 견해는 상반되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북한이 지난 3월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후 한승주 외무장관은 미국을 방문하여 국무부 관계자들과 대책을 협의했다. 그때 한 장관은 미·북한 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지지를 표명했고 팀스피리트훈련을 비롯한 북한 요구사항에 대해서 미국이 편안히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 신문들이 한국정부가 오히려 미국정부보다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때도 한국정부는 쓰다 달다는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안보리와 미·북한 회담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한국정부가 과거와 다른 파격적인 자세전한을 했구나하고 생각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전쟁도발을 방지할 수 있다면 미·북한 회담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 자세를 갖는 것으로 국민들은 이해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회담결과에 대해 미국이 양보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일본 언론은 더욱 그랬다.
이런 전후 좌우사정을 살펴보면 김 대통령의 미·북한 회담 평가는 흥미있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대통령이 순수한 생각을 단순히 표시한 것인가. 북한과의 회담을 앞둔 미국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가. 아니면 정부내의 대북한 강경론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핵카드를 사용한 북한의 대미접촉은 앞으로 그 전개양상을 가늠하기 어렵다. 미·북한 추가협상 이전에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에 북한과의 접촉을 양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정부정책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미국이나 북한에 대한 일관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과 외무장관의 다른 견해를 미국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북한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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