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소극」 탈피 행정실무 장악 진력/“개혁 내각서 주도” 청와대 지원도 큰 힘취임이후 4개월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황인성 국무총리가 최근들어 보폭을 넓히며 「제역할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계속돼온 개혁과 사정작업을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황 총리가 방향타를 잡고 나선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황 총리의 이같은 「자세변화」는 문민정부 출범 초기에는 어차피 대통령이 국정의 큰줄기를 잡아나가는 것이 불가피했으나 이제는 내각에서 각론을 챙겨야 한다는 여권내부의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황 총리는 그동안의 소극적 태도와 조용한 스타일에서 탈피,관계부처간의 이견을 조율하거나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는 등 행정부의 실무·행정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시작했다.
황 총리는 취임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국정을 조용히 내실있게 챙기는 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오랜 행정부 경험과 실무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소리없이」 행정부 구석구석을 챙겨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문민정부 출범후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주도로 그의 역할이 그만큼 줄어들고 가려진 측면도 없지 않다.
물론 황 총리 자신이 권력핵심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돌출행보」나 「적극적인 자세」를 자제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없지 않다.
그는 취임 초창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나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대통령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마당에 나까지 나서서 요란하면 안된다』고 밝혔듯이 자신의 「역할한계」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를 전후해 그는 기업인 골프해금령과 국회에서의 12·12 발언으로 미묘한 파장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들어 무엇인가 「일하는 총리」 「야무진 총리」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 간부회의나 국무회의를 공무원 출신시간이전인 상오 8시에 소집하거나 저녁 늦게까지 집무실에서 각종 현안을 챙기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간간이 학계 언론계 정계 인사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황 총리는 최근 현대노조 분규의 한 원인이 된 「무노동 부분임금」 논쟁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자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최종방침이 결정되기 이전에 정책을 거론하거나 발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황 총리가 이같이 국정현안에 대해 「교통정리」에 나선 것은 정부의 혼선과 갈등조짐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약사의 한약조제권 문제 ▲노동정책 ▲전교조문제 등에 대해 정부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황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개혁이란 과거에 잘못된 모든 폐습과 부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전제한뒤 『우리 사회에 만연돼온 개인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시위나 압력·폭력행위도 개혁차원에서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강경의지표명과 함께 그의 적극적인 「내각 장악」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가 이날 주요현안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비록 원론적 수준이긴하나 관계부처간의 이견만큼은 사전에 조율과정을 거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황 총리가 이처럼 「제위치」를 찾아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은 김 대통령의 「지원」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정부의 주요정책 발표는 앞으로 내각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말해준다.
때문에 관가에서는 황 총리의 위상과 입지가 종전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물론 청와대나 황 총리 자신도 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무엇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내각도 이젠 발벗고 나서야 할 시점에 와있기 때문에 달라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
황 총리의 향후역할이나 위상은 국정의 국면전환시기와 그의 태도에 따라 더욱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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