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산하 2만1천여 약국들은 25일부터 3일간의 휴업에 들어갔고,약사회 집행부 위원 30여명은 서울 약사회관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은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 한의사단체의 비방·모함으로 약사회가 부도덕한 단체로 매도되고,한의사쪽의 일방적인 집단시위로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약사들이 직분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돼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지난 2월25일 보사부가 약사의 한약조제를 금지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11조 1항 7호를 전격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짐으로써 촉발한 한의사와 약사들의 분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 어느쪽의 편을 들기에 앞서 약사회의 휴업은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검찰은 이미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에 의혹이 있다는 한의사측의 고소를 수사하기 시작했고,약사회도 한의사협회 회장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약사회가 지금 한의사들의 비방·모함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이라면,검찰수사로 누명이 벗겨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약사회는 한의대생과 한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정부가 개정과정의 의혹을 파헤쳐 개정 자체를 무효화시키려 한다는 판단을 한 것 같은데,집단휴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국민들은 약사들의 집단휴업 때문에 약사회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개정과정에서 로비 등의 부정이 없었다면 약사회가 불안해할 이유는 없고,휴업이라는 극단적인 집단행동을 할 이유는 더구나 없다. 단지 불쾌해서,우리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력수단으로 약국문을 닫은 것이라면 국민건강의 일익을 담당한 전문직 집단으로서 무책임한 짓이다.
국민은 정부가 이처럼 경솔한,또는 의도적으로 어느 한편을 이롭게하는 행정처리를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보사부 차관은 24일 『현행 약사법은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상위법에 어긋나는 시행규칙을 삭제한 것은 법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의사와 약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규정을 삭제하면서 정책협의회나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고,정부가 바뀌기 이틀전에 전격 삭제한 사실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이해관계,더구나 생업의 영역이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를 정부가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법적 하자가 없었다해도 상식에 어긋난다.
국민의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한의사와 약사중 어느쪽이 손해를 보게 되느냐라는 문제를 넘어서 보사부가 어떤 소신으로 장관임기가 끝나기 이틀전에 「비밀처리」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과정을 거쳐서 그 규정을 삭제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안필준 당시 보사부장관은 빨리 미국에서 돌아와 해명하고,사태해결에 협조해야 한다. 한 나라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자기 임기중에 결재한 사항의 파문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말 한마디 없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