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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휴업과 나라기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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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휴업과 나라기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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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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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만여 약국이 25일부터 문을 닫아버렸다. 비록 3일동안의 휴업이라해도 감기 등 일상적인 건강문제를 주로 의존해온 약국 이용자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또 이런 불편보다 더한 것은 국민적 불쾌감이다. 아무리 업계의 영역다툼이 급하다해도 국민건강마저 예사로 담보삼아 집단이기주의로 치달을 수 있는가,많은 국민이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다.전국 약국의 동시 휴업으로 야기된 이같은 중대사태는 업계가 내세운 명분이나 약사법 규정 해석차이,문제가 된 시행규칙 개정의 절차상 하자 유무 등의 현실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직업윤리 및 국가기강 해이로 직접 비화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만약 일이 계속 이렇게 꼬여만 갈때 한약조제권 문제의 근원적 해결 또한 더욱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그러고 보면 우선 당장은 휴업사태부터 철회,약국문을 여는게 도리이다. 업계의 의사나 불만의 표명도 일단 임무를 다하면서 보다 진지하게 해야 더욱 설득력을 갖는 법이다. 더이상의 극한적인 소모전으로 얻을 것은 없다. 전국 개업 약사들에게 당장 약국의 문을 열 것을 촉구한다.

전국 약사들이 내건 휴업이유는 이해못할바가 없다. 이미 전국의 한의학과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인한 집단유급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한의·약사간의 한약조제권 다툼 양상이 긴박해져온데다,문제가 된 약사법 시행규칙 조항의 개정과정에 대한 검찰수사마저 착수되었기에 약사들의 자세가 한결 경직될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그렇더라도 약국 문을 닫는 명분은 될 수가 없다. 검찰 수사도 이제 막 착수된 단계이고,맞고소까지 했으면 일단 수사결과를 기다려 찬찬히 대응하는게 도리인데 휴업부터 성급히 시작해서 얻을게 뭣 이겠는가. 공연히 국민건강을 볼모로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등 나쁜 인상만 남겨 국민적 불신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당국에 대해서도 고언을 또 해야겠다. 먼저 전국 한의학과 대학생 유급위기에 이은 약국 일제휴업 등 한약조제권 싸움이 이같은 극한사태에 이르도록 지금껏 방치한 책임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와 내각 및 보사부라는 주무부서가 있고,집권 여당도 있어 쉴새없이 당정협의를 해왔다면서 지난 4개월간 이 문제해결을 위해 제대로 해온 일이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민들 보기에 이들 당국은 지금껏 중구난방에 흘러 우왕좌왕만 해왔을뿐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지금껏 당정고위층은 유급사태엔 속수무책인채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과정에 하자가 있을 경우 원점으로 되돌려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삼으려했고,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에 나섰으나 직무유기 혐의를 받아야 하는 보사부가 규칙개정을 철회할 수 없다고 잽싸게 딴소리를 하는 등 정부내의 대응자세가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이런 무능·무책이 업계의 집단이기주의와 맞물려서 초래될 것은 국가기강의 해이밖에 더 있겠는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더이상의 파국을 막으려면 약국문부터 일단 열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당국은 더이상의 사태방치가 국가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자각해서 의료체계의 재정비와 의약분업제 도입,그리고 한의·약 업계의 공동발전방안 모색 등 근본적 해결에 진지하게 나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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