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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 영 BBC 회견내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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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 영 BBC 회견내용 분석

입력
199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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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해소 미흡”/북엔 핵사찰 지연 경고/미­북 향후 고위회담 우리 정부 입장 환기/북한 무기개발등 최근 상황 우려 시각도김영삼대통령은 25일 방영된 영국 BBC TV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 협상에서 더이상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했지만 전쟁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 회견을 했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달초 네차례에 걸쳐 있었던 미·북한 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성명과는 약간 궤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12일 제4차 미·북한 고위급회담이 끝난뒤 우리 외무부는 『북한이 NPT 탈퇴를 보류하고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 응해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환영성명」을 발표했었다.

이에 비해 김 대통령은 미·북한 회담이 우리의 기대에 못미쳤음을 완곡히 지적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오히려 『일반적으로 전체상황면에서 북한정권이 일부 실리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 회견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기위한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말은 역으로 미국이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일 수도 있다. 또 신형미사일(노동1호)이 최근 동해에서 시험발사된 것도 북한이 전쟁을 준비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북한 회담을 통해 미국은 양보만하고 북한이 실리를 챙겼는지,또는 서로 비슷하게 주고 받았는지에 대한 해석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북한이 계속 「NPT 탈퇴카드」를 손에 쥔채 우리를 제쳐두고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을 텄다는 분석이었다. 반면 미국도 북한을 일단 NPT체제에 묶어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수용을 밀고 갈 수 있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협상인 만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긴 게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회견내용은 이런 세세한 분석에 근거하기보다는 좀 더 폭넓은 상황판단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다음주께부터 제네바에서 속개될 미·북한 차관급회담을 앞두고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려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 회담을 정치협상으로 끌고가려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측은 이 때문에 이 회담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하고 있다.

또 북한의 지연전술에 말려 시간을 끌지말고 빠른 시일내에 북한의 핵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협상이라서 시한을 미리 정할 수는 없지만 이 회담이 더이상 생산적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는 바로유엔에서 제재를 포함한 추가적인 대북조치의 수순을 밟아갈 것임을 미국측이 북한에 분명히 밝혀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더욱 드러난다는게 우리측 판단이다.

정종욱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것도 이같은 우리 입장을 강력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김 대통령이 「객관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심을 환기시킨 측면도 크다는 점이다.

이는 김 대통령이 북한의 동향과 속셈을 심상치않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은 BBC와의 회견에서도 『과거 기억과 현재 북한정권의 정책을 볼때 우리는 「군사적 갈등」의 가능성에 대해서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미·북한 회담후 「크게 고무된듯한」 북한의 대남정치·선전공세 강화 움직임이 중점적으로 보고됐다고 한다.

북한은 최근들어 김 대통령이 중부전선에 시찰한 것을 「대북 공격적 의도」로 선전하면서 다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들고 나오고 팀스피리트 중지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BBC방송은 김 대통령의 회견내용 방영 말미에 이렇게 보도했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한반도의 핵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떠올리게 하고 있다. 수주이내에(미·북한간) 추가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신속한 돌파구에 대한 희망은 거의 없다』

결국 김 대통령의 회견내용은 미국과 북한에 대해 각각 「주의환기」와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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