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민영화정책 추진/생산보다 소비성기업 성장 부작용/금융제도 맹점등 장애가 실패 재촉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한 사할린섬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봉착해 있다.
2만여명의 한인교포가 살고 있는 사할린섬은 3년전 저명한 경제학자인 발렌틴 표도로프 주지사가 부임한 이래 「러시아판 홍콩」으로 슬로건을 내걸고 시장경제체제의 실험을 실시해왔다.
표도로프 지사는 부임당시 올해말까지 시장경제체제를 정착시킨다는 목표아래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국유지를 농민에게 분배하는 등 과감한 사유화정책을 추진했었다.
그는 또 사할린주의 공산당본부 건물을 국제비즈니스센터로 개조,외자유치의 전진기지로 삼았으며 자신의 사무실 입구에는 「새로운 인센티브계획일하라 그렇지 않으면 해고된다」는 영어간판을 세워놓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벌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기업가들과 석유업자 등이 투자하기 위해 이 섬으로 몰려들었으며 세계은행 관계자 등은 세계 각국의 경제학자들도 러시아의 첫 자본주의 실험현장을 답사,연구하기 위해 찾아왔다.
하지만 표도로프의 「실험」은 현재로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미완성」으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3년여의 실험기간동안 그의 「잘살아보자」는 구호는 일부 주민들에게 먹혀들어가 신흥부자군이 형성되기도 했다.
특히 외국기업과의 합작기업이나 암거래를 일삼는 악덕업체들은 짭짤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신흥부자군이 형성한 「부」는 상당한 규모가 됐으나 사할린에 재투자되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갔다.
또 러시아 조세 및 금융제도의 맹점으로 생산업체보다는 관광 등 소비성 기업만이 성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방관리의 의식구조 역시 전혀 바뀌지 않은채 공산주의체제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어 시장경제 정착에 커다란 장애요소가 되었다.
사태가 이쯤되자 일부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고 표도로프 지사의 인기는 급전직하했다.
결국 표도로프 지사는 지난 4월 자신의 꿈을 포기한채 러시아 중앙정부의 경제부 차관으로 영전돼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표도로프 지사가 떠나자 주민들은 그가 추진했던 「혁명」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주민은 『표도로프는 말은 많이 했지만 결실을 거둔 것은 없다. 그는 단지 이론가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택시운전을 하다 개인농장을 하는 한 주민은 『그가 없었다면 농장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를 찬양했다.
사할린섬은 차르시대에는 중죄인을 귀양 보내는 유형지였으며 냉전시대에는 해군기지와 공군 비행장이 들어서 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 섬은 석유와 석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오호츠크해에 인접해 있어 수산업이 발달돼 있으며 일본 북부지역에서 비행기로 30분 정도 거리로 교통도 편리해 이 곳을 잘 활용만 한다면 표도로프가 구상한 러시아판 홍콩을 만들기에 충분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볼때 사할린섬의 자본주의 실험은 러시아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아직도 사회주의체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본토 러시아를 그대로 둔채 이 섬만을 자본주의화 하기에는 넘어야할 장벽들이 너무 많다.
흑자는 독재자 스탈린이 소련을 「일국 사회주의체제」로 탈바꿈하려다 실패했듯이 사할린만을 「일도 자본주의화」하려던 표도로프의 구상도 당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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