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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 남침” 입증 확실/러시아,6·25자료 전달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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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 남침” 입증 확실/러시아,6·25자료 전달의미

입력
199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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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청산·관계개선 의지/“완본은 후에” 대가 노린듯러시아정부가 우리에게 6·25관련 외교문서 일체를 전달할 것을 확약하면서 그 문서의 목록과 개요를 보내온 것은 김일성의 전쟁도발을 공식문서로 확인하는 의미와 함께 한러관계의 심화발전이란 측면에서 적지않은 의의를 갖는다. 특히 러시아의 문서목록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했던 한승주 외무장관을 통해 옐친 대통령이 김영삼대통령에게 「친전」형식으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과거청산 의지와 대한관계 개선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옐친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양국관계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자발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면서 KAL기 격추사건에 대한 사과표명과 함께 블랙박스를 우리측에 넘겨줬다. 또 한국전쟁의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관련자료를 한국측에 인도하겠다고 밝혔었다.

옐친 대통령은 『이 자료가 전달되면 누가 전쟁을 도발했는지 밝혀질 것』이라며 『러시아는 스탈린시대의 논리를 거부한다』고 말해 「관련자료」가 김일성의 남침설을 확고하게 증명해줄 것임을 시사한바 있다.

이번에 김영삼대통령에게 전달된 문서목록은 6·25발발을 앞둔 49년 1월부터 중공군 참전 직전인 50년 10월까지 소련과 북한간에 오고갔던 외교전문을 중심으로 전쟁의 발생과 전개과정에서의 소련의 역할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40여페이지의 이 목록에는 ▲김일성이 50년 소련을 방문,스탈린을 만나 6·25를 위해 무기지원을 요청하는 과정 ▲49년 9월부터 50년 4월까지 소련이 북한에 지원한 무기내용 ▲전쟁계획 수립과 소련군의 참여경위 등에 대한 개요가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추후 러시아가 우리에게 제공하겠다는 문서의 본건이 밝혀지면 더욱 확언해지겠지만,이번의 「목록과 개요」만으로도 그동안의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국의 북침설 또는 한미 양국의 남침유도설의 허구성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같은 러시아의 과거사 청산작업은 옐친이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헝가리 폭동진압 관련자료를 건네줬고,폴란드 방문때엔 폴란드 장교들의 생매장사건이 소련군의 만행이란 입증자료를 전달했던 사실들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쟁의 한 당사자이기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관련 외교문서를 한국정부에 넘겨주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의 체제변화와 함께 수교 3년을 맞은 양국관계를 진정한 우호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 8일 러시아 방문중 자신을 예방한 한 장관에게 한국과의 관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동반자」로 표현하고 김 대통령이 올해안에 러시아를 방문해줄 것을 강력히 희망했다. 옐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각별한 정치적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김 대통령의 방문때 과거사와 관련된 나머지 자료도 건네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방영토」 문제 등으로 일본과 알력을 빚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한국과의 관계증진으로 아태지역 진출포석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과거사 청산과 양국간 우호증진이란 의의와 함께 이번의 「문서목록 및 개요」 전달에는 다소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정부가 왜 완벽한 외교문서를 넘겨주지 않고 목록과 개요만 전달했느냐는 점이다. 과거 KAL기 사건 해결때 옐친 대통령이 당시 노태우대통령에게 「껍데기 블랙박스」만을 넘겨주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제공한 30억달러 규모의 경협차관을 러시아측은 「현물이자」를 약속해놓고 제때 상환하지 않아 국제적 신뢰문제가 제기됐듯이 이번의 외교문서 전달도 현실화되기까지에는 몇차례의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측이 김 대통령의 「러시아방문」을 고리로 걸어 방문시 외교문서의 「완본」을 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리 정부에 또 다시 경제협력을 요구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외교문서가 우리 정부에 모두 전달되면 6·25전쟁을 둘러싼 남북간의 비생산적인 논쟁은 확실한 증거에 의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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