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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대 신설 반대다/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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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대 신설 반대다/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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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후반기에 튀어나와 평지풍파만 일으켰던 소위 산업기술대학 신설구상이 1년6개월만에 되살아났다. 「기술대학」이란 다른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엉뚱한 정책구상은 전번보다 훨씬 강한 추진력까지 갖추고 있어 제도화될 공산이 매우 커졌다.현장경험이 있고 질높은 기술인력(TECHNOLOGIST)을 양성하는 4년제 고등교육체제를 새로이 도입하되 교육법의 규제는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학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대학 법인 설립도 필요없고 교육프로그램·대학운영·교수임용 등 모든 사항을 특례법에 따라 하도록 할 계획이라지만 학위를 줄 수 있는 버젓한 대학기능까지 부여한다는 것이다.

산업체가 최대한으로 간편하고 자유스럽게 기술대학을 설립·운영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인력난을 해소,제조업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이다.

얼른 들으면 아주 그럴듯하다. 그러나 기술대학 설립 정책구상이 그동안 변질돼온 과정을 추적해보면 동기와 목적이 표면상으로 제시되는 것과는 달리,아주 비교육적이다. 불합리하고 문제점 또한 너무 많다. 그래서 정책발상의 기저에 깔려있는 참된 뜻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추진모체인 상공자원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치고 기술대 설립의 긍정적인 측면을 따져보자. 기술인력 양성화를 위한 고등교육기관의 다양화에 기여,이미 종사하고 있는 기능·기술인에게 산업현장에서 고등교육을 계속해 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부여,극히 일부기업이 특정분야에 필요한 기술인력의 자체 양성가능,자질향상을 위한 교육가능,기존 공과대와 전문대에 경쟁의식 고양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과 예상되는 역기능은 훨씬 심각하다. 교육목적 자체가 지금의 산업대학이나 전문대학과 중복된다. 교육목적이 같은데 구태여 명칭만 다른 기술교육체제를 신설하면 교육체계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기술인력난을 해결한다지만 그것도 믿기 어렵다. 95년에 2백명 규모로 1개교,96년에 2개교,97년에 3개교의 기술대학을 신설,6개교에서 1천2백명을 시범양성한다면 어느 천년에 기술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인가.

현장 적응력이 강한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산업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술교육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기술의 고도화를 선도한다지만 선발할 학생과 교수의 자질로 미뤄보면 그 또한 뻔한 거짓말이다. 기술교육기관의 발전만을 저해하면했지 선도역을 할 수가 없다.

정책발상의 배경과 추진과정에서 호도된 논리들을 꿰뚫어 보면 기술대학 신설추진은 결국 산업체들이 이미 확보한 기능 및 기술인력의 이직을 방지하고 학사학위를 미끼로 하는 편법적인 유인수단으로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교육을 수단으로 쓰겠다는 속셈이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기왕에 보유한 연구인력을 교수요원으로 해서 대학을 설립,대학들이 받는 그 쥐꼬리만한 세제상의 특혜까지도 누려보자는 것이 아닐까. 이를 옹고집처럼 추진하는 상공자원부의 몇몇 고위관리들의 정책구상 배경에는 교육 특히 대학교육을 경시하는 잘못된 생각과 공직 은퇴후와 연관되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

기술대학 설립추진은 그래서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정히 하겠다면 교육법 테두리안에서 일반대학과 똑같이 설립인가를 받아 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해 특별하게 혜택을 주면서까지 할만한 가치가 있는 대학이 될리가 없다는 것을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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