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총재 “온건파”… 마르크화 위상회복 과제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독일경제의 초석으로 불린다. 이 기구는 의회나 정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완전한 독립기구다. 일체의 외부간섭 배제를 법률로 보장받으면서 독자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자율을 정한다.
전후 독일경제를 안정의 반석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자 유럽통화에 대한 마르크화의 절대 강세를 굳건히 지켜온 마르크화 안정의 파수꾼 분데스방크가 23일 임기 6년의 새 주인을 맞았다. 한스 티트마이어 현 분데스방크 부총재(61)다.
오는 10일1일 정식 취임하는 티트마이어의 총재지명은 두가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최근들어 눈에 띄게 비틀거리는 마르크화의 본래 위상을 되찾아야 할 새 책임자 선임이다. 독일 통일후 불어닥친 소비폭등과 정부 재정적자를 견디다 못한 전임 헬무트 슐레징거 총재는 지난해 7월 전후 최고수준의 금리인상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는 유럽 통화제도(EMS)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유럽기축통화인 마르크화의 이자율이 올라가자 파운드화 등 유럽 각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했고 EMS는 붕괴위험에 직면했다.
유럽공동체(EC) 각국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슐레징거는 그러나 끈질긴 금리인하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까지 1년9개월동안 독일 금융정책의 주요지표인 롬바르트 대출금리를 9.75%에서 8.5%로 1.25%,할인율은 8.75%에서 7.25%로 1.5% 인하했을 뿐이다.
유럽각국은 최근 두달동안 잇달아 자국금리를 대폭 인하함으로써 독일 수출상품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티트마이어의 총재선임이 갖는 또다른 의미는 그가 마르크화의 마지막 관리인으로 지명됐다는 사실이다. EC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면 마르크는 유럽단일 통화로 대체된다. 단일통화 출현은 빠르면 97년 1월,늦어도 99년 1월까지는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에겐 마르크의 위상회복과 함께 마르크의 장례식까지도 직접 치러야 하는 곤혹스런 책무가 지워져 있다. 매파 슐레징거 전임 총재의 뒤를 잇는 온건파 티트마이어가 험난한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거리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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