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확대 오해소지… 정치적문제”/안 장관등 직무유기만 논란예상한의대생들의 학부모와 한의사가 보사부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안필준 전 보사부장관 등 전·현직 보사부 관계자 6명을 고발한 사건은 법적 공방차원을 벗어나지 못할것 같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은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전면적으로 규명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직무유기 혐의여부에 수사를 국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규칙개정 과정서 약사회의 로비가 있었는지,보사부 관리들이 금품을 받았는지 등과 같은 의혹의 핵심은 수사의 본류에서 제외될것이 확실하다.
다만 ▲규칙개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 ▲안 장관이 퇴임 이틀전 전격적으로 규칙 개정안에 결재하게 된 경위 ▲의견수렴의 정도 등은 안 전 장관 등의 직무유기여부 판단에 선결조건인 만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수사방향 설정은 문제의 규칙개정을 둘러싸고 약사회와 한의사회라는 두 이해집단이 대립돼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정과정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검찰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상황은 법률적 재단으로 한의사회와 약사회의 대립을 해소하기 보다 정책적 또는 정치적 판단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에따라 검찰수사는 안 전 장관 등이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과정에서 과연 직무를 유기한 사실이 있느냐는 점을 규명하는데 모아질 전망이다.
이를위해 검찰은 24일 하오 고발인인 한의대생의 학부모 김정자씨(52)와 한의사 고광순씨(38·여)를 불러 고발취지를 확인한 것을 시작으로 빠르면 주말께부터 박청부 당시차관 등 피고발인들을 불러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는 과연 고발인들의 주장대로 안 전 장관 등의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될 것이냐는 점이다. 우선 고발내용은 보사부가 규칙개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것과 규칙개정전에 약국의 한약조제행위를 한번도 단속하지 않은 것이 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한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검찰은 보사부가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는지 단속을 했는지 등 사실관계 확정에 앞서 직무유기의 인정범위가 법률상 엄격하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는 직무유기의 인정범위를 「공무원이 법령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인 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직무의 의식적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한정하고 있다.
또 주관적으로 직무를 버린다는 의식과 객관적으로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고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규칙 개정상의 절차상 하자나 단속을 소홀히했다는 점만으로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보사부 관계자들이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과정에서 지켜야할 의무를 저버릴 의사를 가지고 꼭 거쳐야 할 과정을 고의적으로 포기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직무유기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가 규칙개정과정의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이 경우 직무유기죄 입증은 더욱 어렵게 된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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