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당 의석 50석 넘으면 가능/야 총선연합 성공따라/정권교체 판가름날듯『냉전의 종결로 인해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이념적인 면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여러 야당인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본 결과 자민당을 대체할 정권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활력있는 집단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이는 결코 야합이 아니다』 23일 결성된 「신생당」의 하타(우전자) 대표는 이날 밤 창당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을 대체할 연립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일본정국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하타파는 「6·18정변」이후 세력확장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산당을 제외한 비자민계 세력을 집결시켜 「새로운 일본을 창조하는 국민회의」(가칭)를 조직,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의 과반수 획득을 저지한후 야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하타 대표의 이같은 구상은 지금까지는 상당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야마하나(산화정부) 사회당 위원장을 비롯한 공명당·민사당 등 기존 야당과 일본 노동조합 총연합회(연합)측도 하타 구상에 동조하면서 새연립정부에서는 하타를 총리로 추대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타 대표와 야마하나 위원장은 헌법·안보문제·원전문제·대한반도정책 등 입장이 다른 당의 정책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 덮어둔채 「정권교체를 통한 정치개혁」을 내세워 「타도 자민당」이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매진키로 약속했다.
이번 총선에 1백여명을 출마시킬 계획인 신생당은 50명 정도만 당선되더라도 야당인 사회당 우파(70∼80명) 공명당(40∼50명) 민사당을 비롯한 기타세력(20∼30명)을 끌어들여 집권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일본신당과 「그룹선구」는 아직까지는 하타파에 적극 가담할 의사를 밝히진 않고 있으나 이들은 가지야마(미산정육) 간사장이 이끄는 자민당 집행부와는 상극관계여서 총선이 끝난후 자민당 중심의 연립정권보다는 신생당 주축의 연립정권쪽으로 택할 가능성이 더 많다.
신생당은 특히 그동안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해왔던 일경련과 경제동우회 그리고 선거때마다 사회당 후보를 밀었던 연합측의 후원 분위기에 크게 고무되어 있다. 과거부터 정계개편론을 펴왔던 연합의 야마기시(산안장) 회장은 24일 개최된 연합의 제1회 확대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야당이 승리한뒤 수립될 연립정권의 새 총리는 기성 정당측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며 하타 대표를 염두에 둔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하타 주축의 야당 연합세력을 적극 지원할 의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신생당의 앞날은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신생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야마하나 사회당 위원장은 당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소집된 사회당 도도부현 대표자 회의에서 일선 간부들은 『하타 대표의 뒤에는 다케시타(죽하등)의 수제자 오자와(소택일랑)가 앉아 있다. 다케시타의 유산을 집행하는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는가』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의 현상유지(1백40석)가 어렵다고 보고 있는 야먀하나 위원장은 「안정」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하타파와 손잡고 그를 총리후보로 추대했던 것. 그러나 내부반발이 심해지자 23일 기자회견에선 자신이 총선후 구성될 「정치개혁 실천을 위한 새정부」의 총리가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혀 신생당과의 총선 협조체제에 혼선을 빚고 있다.
사회당 간부들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오자와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신생당에겐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오자와의 전력을 알고 있는 유권자들이 그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신생당 후보를 기피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에선 『야당간의 협력은 유리성과 같다』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사회 공명 민사당 등 야당간의 연합정권 구상이나 선거협력 약속은 깨지기 십상이었다. 말로는 협력하자고 해놓고 정작 선거전에 들어가면 각 당의 이기주의가 표출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특히 리쿠르트사건 직후인 89년 참의원선거와 90년 총선에서 사회당은 혼자만 승리하여 공명 민사당은 사회당을 믿지 못하는 눈치이다.
정치평론가 우치다(내전건삼)씨는 『야당간의 약속은 유리성과 같아 사소한 일로도 깨지기 쉽다』며 『이번엔 정권교체를 하자는 국민적 열망이 있고 신생당의 출현으로 상황이 달라졌지만 결국 선거협력의 성패가 정권탈취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동경=이재무특파원>동경=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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