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정재관 유착” 초래/조직수따라 요직배분/보스요건은 자금조달/“3명 모이면 2개 파벌”… 변혁요구 높아일본의 파벌정치는 종말을 고할 것인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70%가 자민당의 일당지배체제에 변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민들이 자민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파벌정치」이고 이에 따른 구조적 부패이다.
각계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민간단체 「정치개혁 추진협의회」의 회원인 오카하라(강원창남) 전 최고재판소장(대법원장격)은 『정·재·관 삼계 유착은 파벌정치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하며 『정치비리의 표본인 「족의원」(특정분야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의원)의 존재와 관료의 낙하산 인사 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파벌정치를 종식시키고 유능한 신인들의 정계진출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가네마루(김환신) 다케시타(죽하등) 오자와(소택일랑)로 이어지는 자민당내 최대 파벌이었던 다케시타의 「김죽소」체제에서 갈라져 나온 하타(우전자)파가 정치개혁의 기수를 자처하며 자민당 정권의 종식을 위해 대동단결하자고 야당측에 재의하고 있는 점에서도 일본 국민들의 탈파벌정치에 대한 갈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자민당내 파벌은 정부의회 당내의 요직을 바라는 의원들이 실력자를 중심으로 결합한 집단이어서 실력자와 구성원 사이엔 야쿠자(깡패)조직에서 볼 수 있는 오야(친분=두목)와 고붕(자분=부하)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파벌의 보스가 될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은 자금조달 능력이다. 인격이나 정치적인 식견따위는 별로 중요한 요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스들은 이권이 될만한 건은 청탁을 불문하고 개입,파벌운영비를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일본에서는 지난 47년이후 정치인들이 관련된 대규모 부정사건인 소위 「의옥」이라는게 터지지 않은 해가 한반도 없었다.
74년 다나카(전중각영) 정권때 터진 다나카 금맥사건과 76년 다나카가 체포된 록히드사건,기시(안신개) 전 총리가 관련된 79년 더글러스·그라만사건,다케시타(죽하등) 전 총리와 미야자와(궁택희일) 현 총리,나카소네(중증근강홍) 전 총리 등이 개입된 88년의 리쿠르트사건,그리고 91년에 적발되어 지난해 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를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했던 사가와규빈(좌천급편)사건 등이 모두 파벌 보스들의 정치자금 모금을 둘러싸고 야기된 사건들이다.
보스들은 선거때 자파 소속 의원들에게 지원하는 선거비용외에도 해마다 여름에는 중원(한국의 추석명절에 해당),연말에는 병대(떡값)라는 명목으로 돈을 분배하고 있다.
파벌의 보스들이 자금조달 다음으로 갖춰야할 능력은 당내 발언권과 행정기관에 대한 영향력이다.
자민당내에서 아무리 유력파벌이라 하더라도 수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파벌의 협력없이는 단독으로 정권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파벌의 협조를 구하게 마련인데 총리를 배출한 파벌에 우호적인 그룹은 「주류파」,중립적이면 「비주류」,비판적인 자세면 「반주류」로 분류된다.
각료와 당직,국회요직 등은 파벌의 수에 따라 배분되는데 각파 보스는 자파 의원중 파벌에 대한 공헌도와 당선횟수를 참작하여 직책을 맡긴다.
따라서 각료의 경우 입각자격은 의원생활 15년 정도가 되는 연속 6회 당선 경력을 쌓아야 하는게 보통이다. 지난해 12월 조각때 하타파의 후나다(선전원)가 39세의 나이로 경제기획청 장관을 맡아 최연소 입각기록을 세웠다. 하타파는 당선 3회 이하의 소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당선 5회째인 후나다는 파벌내 서열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과거 오히라(대평) 전 총리가 『3명이 모이면 2개의 파벌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듯이 자민당내에선 파벌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는 힘(역)이 있어야 하고 힘은 수로 결정되고 수는 돈으로 좌우된다』는 것이 자민당 파벌 보스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그러나 현 정국이 자민당의 자의적인 논리를 수용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당내에서도 파벌정치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의원 의원인 무라카미(촌상정방) 노동장관은 22일 『자민당의 분열은 파벌싸움 때문』이라며 『참의원 의원들은 중의원의 파벌에 흔들리지 말고 독자적으로 뭉쳐 새로운 회파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당내 5개 파벌의 보스들도 이날 이번 총선에선 파벌냄새를 없애기 위해 작가출신인 이시하라(석원신태랑) 전 운수성장관 고노(하야양평) 관방장관 하시모토(교본용태랑) 전 대장성장관 등 저명인사들을 동원,파벌을 초월하여 지원유세키로 했다.
자민당의 이같은 자구책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자민당의 금권 파벌체질이 화장을 한다고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동경=이재무특파원>동경=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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