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과 변칙은 건축행정 전반은 물론 설계감리를 맡은 건축사들에게까지 예외가 아님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서울시내 중·대형 건축물에 대한 허가와 유지·관리실태를 점검하고 비리와 부조리에 관련된 공무원은 징계를,건축사들에겐 행정조치를 취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업무정지 등 제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서울시내에 등록된 건축사의 절반이 해당된다니 놀랍다. 비리의 심층이 어떤 정도인가 짐작할만하다.적발된 건축사들은 설계와 시공에서 준공허가에 이르기까지 감리업무를 맡고 있으면서 위법을 저지르거나 하자를 눈감아 준 것이다. 건축행정의 비리나 건축부조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닐 만큼 공공연한 현실로 인식돼왔다. 실제로 건축주들은 원리 원칙을 따르기 보다 여러가지 이유로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려고 한다. 감리행위는 바로 이런 변칙을 막아야 마땅함에도 그렇지가 못했다. 건축주는 건축사가 눈감아주기를 바라고 건축사들은 이런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눈에 안보이는 뒷거래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법허가와 부실감리는 결과적으로 건축의 하자를 방치하거나 묵인한 행위이다. 경우에 따라선 건축사가 변칙이나 편법을 귀띔해주고 조장하는 일도 있음은 헛소문이 아닐 것이다. 감사원의 점검은 이런 사실을 확인해준 것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엔 너 좋고 나 좋자는 적당주의가 크게 만연되었다. 서로가 비리와 부조리를 눈감아주고 어물어물 넘긴 일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그래서 원리원칙은 뒷전에 밀려 지켜지지 못했다. 심지어 법과 원칙을 지키는게 손해라는 피해의식마저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지적할 것은 지키지 못할 법규와 규칙의 내용이다. 규제가 지나치면 어쩔 수 없이 뒷구멍을 찾게 마련이다. 그래서 편법과 변칙이 고개를 들고 음성적으로 통하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살고 있는 주택을 개·보수하려해도 움치고 뛸 수 없게 여러 규제로 묶여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니 불법과 위법의 유혹과 위험을 무릅쓰게도 되는 것이다.
행정개혁과 사회개혁의 차원에서 건축부조리를 사전에 방지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아쉽다. 풀어야 할 규제는 풀고 강화해야할 감리는 강화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사후 적발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건축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눈감은 하자는 예고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눈가림으로 새운 건축은 결국 재산의 손실로 이어진다. 비리와 부조리는 근원을 캐고 다스려야 없어진다는 것은 건축행정과 건축물 감리에도 적용되는 철칙이다. 고칠 것은 빨리 고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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