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분쟁」이 드디어 사정대상에 올라 검찰수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한의·약 분쟁이 전국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한의사면허 반납 등과 같은 엄청난 후유증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보사부 등 책임 행정당국조차 속수무책으로 일을 키워온 마당이어서 이번 사정은 분쟁수습의 한가닥 실마리로서 기대를 갖게 한다. 검찰의 조사를 통해서 그동안 숨겨졌던 보사행정의 의혹이나 비리가 명백히 가려질 수 있다면 이번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 때문에 검찰의 철저한 진상수사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중요해졌다. 사정결과에 따라서는 이번 분쟁의 근원적 해결방안 모색뿐 아니라 난마처럼 얽힌 보사행정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문제의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것과 같은 행정조치는 관계 행정당국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검찰이 그같은 행정조치를 사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번 분쟁을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것이 바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그 행정조치에 있었음이 차츰 드러나고 있고,따라서 원인제공자이기도 한 보사부에게서 분쟁해결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에 이번 검찰 수사가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의 약사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과정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보건행정을 책임진 보사부의 짓으로 보기엔 너무 어처구니없어 국민적 분노마저 폭발시키고 있다. 문맥이 애매하긴 해도 「약국에는 재래식 한약장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11조 1항 7호)으로 약국에서의 한약조제를 가까스로 규제해왔던 보사부가 정권교체기인 지난 2월25일 당시 안필준장관이 퇴임하기 이틀전에 전격 결재를 얻어 문제의 조항을 삭제했다는 것이니,이것이 과연 민주국가의 행정처리 방식인가.
더욱 한심하고 창피스러운 것은 보사부가 한의·약 업계분쟁을 촉발시킬게 뻔히 내다보이는 이런 조치를 정책협의회 심의나 여론수렴 과정인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은채 약정국 실무자선에서 은밀히 진행했음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당시 삭제내용이 담긴 약사법 시행규칙안의 결재를 상신한 담당과장은 개정안 내용을 요약한 주요골자에 삭제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아 기획실장·차관 등 상부의 결재자들이 실제로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음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사정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처럼 중대한 하자가 있는 행정조치는 당연히 무효일 수 밖에 없고,그런 행위를 한 관련자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 그 과정에 불법적인 로비나 금품거래가 있었으리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너무나 잘못된 원인을 만들어 일을 이처럼 키운건 전적으로 정부 당국의 책임이다. 엄정한 사정으로 방만한 보사행정을 쇄신하는 계기를 만들고,한의·약 분규파동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데에도 개혁차원의 정책결단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진력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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