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에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도 엊그제 지나,이젠 한 여름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과와 자두가 익기 시작하고,들판엔 오곡이 넘실대며 자라는 계절이다. 밭두렁에서 옥수수가 패어 으슥거리면 느티나무 가지에선 매미 울음이 더위를 식혀줄 것이다. 이래서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은 위대하다. 모든 것이 위로 뻗어나가며 힘이 솟구치는 여름은 그만큼 외향적이고 양성적이다. ◆하지만 여름의 불청객인 장마가 먼저 찾아왔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북상했기 때문에 전국이 이미 장마권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예년보다 며칠 빠른 우계의 시작이다. 장마는 천혜이기도 하지만 자칫 재앙이 되기도 한다. 특히 태풍을 미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7∼9월에 많이 오지만,장마에 겹치기라도 하면 더욱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 ◆해마다 겪는 장마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물난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10년동안의 통계를 보면 물난리로 한해 평균 3백여명이 죽고,1천3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있다. 피해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모든 인공시설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엔 일찍부터 큰비가 예고돼왔다. 물난리의 피해는 대부분 「인재」라는 것을 감안할 때 만전의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 ◆물난리는 농촌의 땀흘리는 들녘과 도시 변두리의 달동네를 가리지않고 큰 피해를 몰아온다. 그러나 이런 물난리는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재해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개혁도 좋고 사정도 좋지만,우선은 눈앞의 「방재」를 위해서 일선 행정력을 총투입하여 위험 축대와 배수펌프를 살피고 강둑과 하수구를 손질해야 할 것이다. 금년만은 물난리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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