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사안”… 법리경제현실사이 고심/“향후 중요정책 부처간 협의로 결정” 시사청와대는 22일 「무노동 부분임금」과 「무노동 무임금」 논쟁에 대해 딱 부러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대그룹 노사분규의 와중에서 터진 문제여서 조속한 매듭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인 이같은 태도는 유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미묘한 사안이라는 반증이다.
청와대는 우선 노사 어느쪽도 자극하지 않으려는 생각인 것 같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는 당위론과 현실이 엇갈려 있어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정책의 선택적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어느 한쪽의 생각은 「인민의 적」이라는 식의 비난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당위론이라면 이인제 노동장관의 주장대로 『노동관계 법령을 대법원 판례대로 일치시키려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우리의 경제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를 보는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대통령은 근로자도 위하고 기업도 위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 문제가 정부부처간 의견조정과 당정간 조율을 거쳐 결론이 내려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조만간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날 특히 이번 문제를 떠나서도 앞으로 주요정책 추진 및 발표가 대통령 지시형식을 통하지 않고 내각차원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새정부 출범초에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키 위해 모든 것이 대통령 지시로 이뤄져왔지만 이제 개혁의 정착단계에 들어갔으므로 모든 정책이 각 부처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대통령이 너무 작은 일에까지 지시를 내리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과 각 부처 책임자가 자발성이나 창의성없이 대통령 눈치만 보는 폐단 등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결국 이 방침을 이번 「무노동 부분임금」과 「무노동 무임금」 논쟁에 대입해 보면 청와대 입장이 좀 더 분명해진다.
물론 사소한 문제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개입」없이 문제를 부처간 당정간에 풀어가는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문제해결에 있어 청와대가 완전히 발을 빼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노동장관과의 입장조율,당과의 교감과정 등 모양있는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뤄진 흔적들이 있다.
이와관련,다른 고위관계자는 『곧 당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사전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런 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는 그동안 이 노동장관이 견지하는 명분있는 「개혁노동정책」과 경제부처가 내세우는 경제현실론 사이에서 고심해왔다.
한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어느쪽이 장기적으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너무 이상적으로 좋은 법을 만들면 오히려 해당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의미있는 얘기를 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아래서도 기업들은 파업이 끝나면 50∼60% 수준의 임금을 줘왔다. 그러나 「무노동 부분임금제」가 도입되면 전체임금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지적인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민자당이 내릴 결론의 방향은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대법원 판례가 확립된 마당에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부처의 행정지침을 그대로 둘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현대 노사분규가 원만히 해결되면 장기적으로 재검토가 있을게 확실하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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