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내각불신임안 가결과 중의원 해산 등으로 38년동안 이끌어왔던 자민당의 일당 지배체제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음은 한반도의 남쪽에서 밀고 올라오는 장마전선만큼이나 지금 우리에게 민감한 관심사다. 이번 내각불신임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하타파 소속 중·참의원 44명은 22일 일제히 자민당을 탈당,신당을 발족시킬 예정이며 7월18일로 확정된 총선에 1백명의 후보를 내세울 방침이다. 자민당의 과반수의석 확보가 어렵게 된 것이다.1955년 보수 대단합이란 기치 밑에 자민당이 창당된 이래 5대 파벌이 「목침돌리기」식으로 40년 가까이 정권을 향유해왔으나,세계적 흐름인 「정치개혁」을 에워싸고 파벌간의 이해를 좁히지 못한채 자민당은 분당의 막다른 골목에까지 이르렀다.
일본 정계의 향방을 가름할 「7월 총선거」에선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개혁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미야자와(궁택) 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과반수의석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그렇게 될 경우 자민당이 현재 참의원과 마찬가지로 중의원에서도 여소야대로 전락되어,정계개편과 함께 야당의 연립내각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일본 정계의 지각변동은 자민당의 장기 집권과 파벌정치에 따른 금권타락 및 민심의 이반에서 비롯됐지만,직접적인 원인은 세계적인 추세인 정치개혁을 미야자와 총리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도 일본에선 리쿠르트사건,교와(공화)오직사건,사가와규빈(좌천급편)사건,가네마루(김환신) 탈세사건 등 일련의 대형비리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국민으로부터의 정치개혁 욕구가 분출됐으며 급기야는 자민당내 소장파 의원들까지 이를 대변하고 나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일본의 사회당과 공명당 그리고 자민당 소장파의원들이 돈안드는 선거를 위한 제도적 개선으로 현행의 중선거구제를 1인1구의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의 1구 4∼5인제 중선구제가 문제되는 것은 자민당내의 복수공천자의 과열선거운동 때문인 점도 없지 않지만,원천적으로 광역선거구제에서 오는 지역구 관리비용 자체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다.
아무튼 일본의 내각불신임안 통과에 따른 총선은 국내 문제뿐 아니라 내달에 있을 동경 G7 정상회담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레임덕현상을 보이고 있는 미야자와 내각이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이리라고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겠기 때문이다.
냉전종식과 더불어 지구촌 곳곳에 휘몰아닥친 「정치개혁바람」은 지금 일본의 보혁정치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자민당내의 하타파가 분당의 모험을 감내하면서까지 정치개혁을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일본 국민의 개혁정치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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